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책에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일은 흔하다

一理ROASTERS 2021. 11. 24. 19:21

제목부터 <북큐레이션>입니다. 한때 책방이 잠깐 붐이 일었을 때, 남용되던 용어라 판단했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은 하나의 용어로 자리잡았지만, 스스로 이 용어를 남용하고 싶지는 않아, 어원을 찾아보고 북큐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그럴듯하게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즉, 북큐레이션에 관해 이 용어를 제 스타일에 맞게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샀습니다. 즉, 이번 글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 용어를 그럴듯하게 본인의 스타일에 맞추는 작업으로서의 책 활용입니다. 근데요, 결론을 쓰다 보니 기대를 배반하는 책읽기에 대한 주제가 됐습니다. 아, 그리고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문희언' 씨의 책을 차라리 읽으세요. 

 

1. 책에 쉽사리 동의가 되지 않는 이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목차에 낚이면 안되는 책입니다. 목차 내용이 굉장히 좋습니다만, 큐레이션이라는 붐이 일 때 편승하려는 책일 뿐입니다. "큐레이션은 예비 독자를 발굴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근데, 책방 주인으로서 읽을 책을 세팅하더라도, 독자는 새로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예비 독자가 생기기를 역시 '기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종교적인 의례를 해야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만큼 새로운 독자를 만들기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겁니다. 사실 성인이 되서도 독서 생활을 지속하시는 분들이 요상한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직장을 다니면, 책을 읽을 체력 따위는 없으니까요. 또한 책 선정에 있어서도, 굉장한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대다수의 읽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읽기를 시험으로, 과제로 제시됩니다. 시험을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직후에 까먹겠습니다라는 뜻입니다. 본문에서는 흥미를 끌 수 있도록 배열과 배치를 하십시오라고 하지만, 그건 저자의 나이브한 바람일 뿐, 결국 홀린듯이 책의 '마력'에 빠져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가 책이 왜 중요한가 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도 굉장히 짧게, 아무런 감흥없이 서술됩니다. 또한 뒷 부분에 큐레이팅 북 소개는 검색어만 이용하면 나오는 책들을 고스란히 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독창적인', '창의적인'이라는 용어가 남용됩니다. 전혀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제 분석과 견주어서 이 책을 봅니다. 그러면 될 것이라 하지만, 결국 어떤 책을 고스란히 인용한 것일 뿐입니다. 츠타야 서점은 우리나라에 없거든요. 여전히 사대주의를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한국에도 그런 시도를 한 것에 대해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배치를 하고 유도해야 한다는 당위만 이야기합니다. 어떤 독서 운동이 활성화됐다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 책을 선정한 과정이 누락되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마치, 대학교 필독 도서가 외면받는 이유와 같은 이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책을 들여놓을 때도 사서는 본인이 직접 주문하던가요? 다 학생들이 대신 주문해주고, 교수들이 주문하는 것을 받아 처리합니다. 사서는 꼼꼼히 큐레이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도서관이 큐레이팅한다는 나이브함이 있습니다. 어느 도서관에 앞에 나서서 책을 소개하는 사서가 있답니까? 저자가 도서관에서 교육하는 사람이다 보니, 지향만 이야기하다 그쳐버린 것이죠. 도서관의 답답함, 그 분위기는 단순한 이용자라도 느낄 수 있지요. 본문에서 말하는 독서 지도사, 그런 게 일상 생활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쉽사리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에서 '배치'를 말하지만, 그 사례를 단순히 언급하고 인용하는 데서 그칩니다. 즉, 가이드가 너무 형편없다는 데 있습니다. 너무 단순하게 배치가 중요하다라고 끝나버립니다. 현상 분석이 아닌 본인의 바람만 이야기하다 끝나버립니다. 사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될 수 있을 걸 하다 독자를 약올리며 넘어가버립니다.

 

2. 이 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점

그럼에도 이 책이 빛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의 통찰은 어린이들의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한 통찰이겠습니다. 더 나아가, 전 생애적 인간의 생애주기와 발달과업을 바탕으로 계속 가이드(큐레이팅)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어떤 절기와 계절에 맞는 북큐레이션을 제안합니다. 제 스타일대로 읽었을 때는 중요 역사적 사건 즉, '절기'와 맞물려야 사건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대물림한다 통찰을 얻게 됩니다. 5.16, 5.18 등의 국가적 망신, 현충일, 어린이날, 한글날과 같은 국가적 행사, 6.25 참전 용사들에 대한 추도,추모에 관한 절기 때 구비하고 소개하는 '운동' 그 자체가 큐레이션이라는 적용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은 책방 주인으로서 큐레이션을 한다함은 역사를 '리마인드'하는 것에 잊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부분을 접목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3. 독서를 하는 사소한 동기에 대해 - 허세가 중하다

대학교 재학 당시, 독서 동아리 연합을 만든 형과도 친합니다. 출판사와 연계해서, 할인가의 독서 모임 도서를 공급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했고 흥했던 모임이었습니다. 그 형님은 졸업하고, 출판사 마케터로 취직을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2년 정도 일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출판사의 현실이 녹록지 않았던 것이죠. 야근과 실적에 대한 압박 및 독서 행사가 있을 때는 야근이 당연한 직장이었으니까요. 

당시 학술 동아리에서 4년간 구른 저도 있었습니다. 매 학기마다 철학사 세미나를 주최했습니다. 그 세미나를 통해 구성원들은 책의 존재와 사상가의 이름을 알아가는 장이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빡셌고, 버티지 못하고 탈주자가 나오기도 했지요. 대학교에서 본과 공부보다는 철학사를 공부하면서 그런 운동에 기투했습니다. 끝까지 남은 구성원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끝나고 뒷풀이가 좋았다는 것과 남들보다 낫다고 여기는 허영심, 더 나아지고 싶다는 자기계발적 인식이 독서에 이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다른 책들이 쉽게 읽힌다는 체험도 했던 것이죠. 다양한 책이 다양한 책이 아님을 발견하는 눈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겁니다. 

 

4. 섣불리 말하기 전에 참회할 것들

백종원이라는 굉장한 사업가가 있습니다. 그의 가이드는 누구나 신뢰하지요. 저도 그의 요리 유튜브를 보면서 요리를 배웁니다. 하지만, 그가 뜨게 된 것은 망해가는 가게를 위한 '무료 컨설팅'에 있습니다. 적확한 분석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역효과로 한국 사람 모두 컨설턴트가 되어 있다는 데 있었습니다. 여기는 이래서 인기가 없어, 이래서 망했어 등등의 존문가가 되어 있던 겁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시선이 자연스레 읽힙니다. 

저는 책방 업계 당사자(?)로서 참회할 것이 쌓여 있음을 절절히 느낍니다. 뒤늦게 눈독들이던 책이 절판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어 후회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언젠가 사야지 하다가 책을 살 순간을 놓쳐버렸다는 것, 또한 동네 서점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운로드로 인해 컴퓨터 패키지 게임이 망해버린 것, 음반 시장이 망해버린 것과도 같지요. 다운로드가 편하니 결국에는 당장의 꿀물때문에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입니다. 시대에 발을 맞추지 못했다는 말을 함부로 하기 전에 우리의 구매 습관을 되돌아보는 게 먼저인 겁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레트로매니아인 것이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독자로서 참회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단 가까운 서점이 없다는 것, 가까운 서점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참회할 정도로 인식해야 합니다. 알만한 대형 서점이 문을 닫고, 그나마 취급하는 책의 종류가 줄어들은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끝까지 고객으로서 우대할 것도 아니고, 백종원의 분석이 익숙해져버린 현실처럼 아무 말을 얹는 일에 익숙해지면 안되는 겁니다. 결국에는 그런 무책임헌 발언을 하는 스피커도, 그 발언에 공감해주는 댓글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책방은 망할 것이다라는 말을 섣부르게 한 이들은 그 망하는 것 때문에 이익을 얻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시장 파괴자들, 그에 동조하여 포커싱하던 언론들은 단지 인터뷰만 실었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의식을 물들게 만드는 나팔수가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5. 결 - 책을 살 때는 컴퓨터맞추듯 신중해야 한다

책은 소모품, 전시품과도 그 궤를 달리 합니다. 읽혀지고, 책장에 꽂혀져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읽히고, 사람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읽은 사람이 소화한 내용을 출력하는 일련의 과정의 시발점이 '책'입니다. 그런 책들이 늘어나야만 합니다. 좋은 책과, 안 좋은 책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큐레이팅이 능사가 아니라, 쭉정이거르듯 좋은 책을 소장해나가면서 읽어나가야 합니다. 특히 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절판되는 지금 시대에서는 더더욱!

북큐레이션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미 읽는 독자를 찾는 것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읽지 않는 이를 읽게 만드는 것보다, 이미 읽는 이들과 친해지는 것,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읽는 행위를 강조하는 단체 쪽에 찾아가서 영업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겠습니다. 그 영업하는 것조차 본문에서 말하는 큐레이션이니까요. 또한 이미 읽던 이들도 잘 읽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 탐구가 선행되어야겠지요.

대학 진학 비율이 늘고, 대학원 진학의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작은 도서관입니다. 체계적으로 읽는 방식에 철저한 이들입니다. 그들의 논문 하나가 하나의 도서관입니다.  읽기가 유튜브나 영상매체로 인해 어려워진 시대에, 영상매체를 통해 대신 읽어주는 서비스, 요약 서비스도 일종의 큐레이션이라 하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영상 매체의 읽어주기는 읽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딱 그 정도의 역할일 뿐이죠.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유튜버가 출판사 마케팅의 대리인이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진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책을 구매할 때도 친절하지 않고,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책을 직접 열어보고, 만져보고 공들이고 체력을 빼가면서 사야 합니다. 책 한 권을 마주칠 때도 그동안 공부했던 경험을 죽도록 회상하면서 두 개의 역사를 겹쳐내며 구매해야 합니다. 책이 있는 공간을 살피고 직접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는 겁니다. 즉, 컴퓨터 업그레이드나, 테크 유튜버들의 리뷰를 꼼꼼히 살피듯, 새로운 기기를 들여놓을 정도의 정성만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