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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성탄절/예수탄신일/그리스도교 절기

一理ROASTERS 2021. 12. 25. 15:51

크리스마스는 솔로들에게는 절망을, 커플에게는 비싸고 특별한 선물이 오고가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리는 오묘한 날입니다. 국가적으로는 휴일이지만, 대체 공휴일이 없는 특정 종교와 관련된 휴일이기도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처럼 말이죠.

 

근데 두 기념일을 대하는 태도가 상반됩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서 행사를 크게 엽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수를 말아주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거리두기 때문에 맛난 국수를 맛보지 못합니다. 또한 부처님이 오신 날에는 휴가를 붙여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만 하는 거 같습니다. 또한 부처님 오신 날에는 커플들이 들뜨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이와 반대로, 모두의 마음을 따스하게 다가오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영어식 명명과 한국식 명명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매장에서도 부처님 오신 날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반면, 크리스마스에는 거의 모든 매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롤송을 틉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불가를 틀지 않는 데 반해서요. 

휴일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모두를 위한 날이기도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이 주간에 굉장히 바빠집니다. 손님이 몰리는 날이니까, 준비를 더 세심히 할 수밖에요.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에 캐롤송(그리스도교의 찬송가를 베이스로 한)이 벌써부터 준비되어 재생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트리는 진작에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캐롤 역시 유명 팝가수들이 앨범을 활발히 내기도 합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특별하게'(교회는 좀 더 잔잔하게 장식합니다) 장식하느라 바쁩니다. 그리고 교역자들이 연령대별 부서에서 맞춤형 관련 행사를 바삐 준비하는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 당연하죠. 그리스도교의 중심이 되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니 당연하지요. 바쁘게 준비하고, 화려하게 기념하는 것이죠.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내일 크리스마스, 이는 커플을 위한 날을 넘어 모두를 위한 날입니다. 함께 예수의 탄생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이참에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예수를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전통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니까요. 크리스마스는 기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하신 날입니다. 정치적으로 재조명해봤을 때, 누군가에게는 반역의 씨앗이,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씨앗이 심긴 상반된 날입니다. 그의 탄생으로,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종교가 탄생했습니다. 역사적 변곡점의 순간이지요. 예수 또한 굉장히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술꾼이자, 떠돌이, 정치범, 다정한 이웃, 목수, 장사방해꾼(성전에서 장사꾼들의 판매대를 엎어버렸죠....), 진지충, 시인, 스타트업의 대표 등등의 행적을 보인 재밌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종종 영화에서 희화화되는 사이비 성직자들과 등치되어 덩달아 욕을 먹는 분위기입니다. 부처와 마찬가지로 예수는 참 재밌는 사람입니다.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것과 다르게 말이죠.

2021년도 일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뿐 아니라 연말, 솔로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커플에게는 서로의 존재를 기뻐하고 감사하는, 고된 직장인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휴일로, 무언가를 준비하는 이에게는 스스로를 벼려나가는 여정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선물을 받는, 자영업의 척박함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를 기억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그리스도교 성직자들의 피 땀 눈물을 기억하는 날이 됐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