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一理-읽기/홀로 오롯이 공부 - 爲己之學
비평의 정확한 정의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4
一理ROASTERS
2023. 5. 2. 13:25
이론을 공부한다는 것을 이유로, 우월해진 게 아니다. 이는 자기 위로일 뿐. 이렇듯 그전에 이론을 공부하고 관련 서적을 수집했던 이유는 허영(?)이었다. 스스로 좀 더 우월하다는 자만심에 취하기 위해 공부했었다. 이는 분명 잘못된 방향이었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영민 선생님은 공부의 길을 제시해주신 분이시다. 무엇보다 여느 인문강사들과는 달리, 남의 이야기인양 치부하는 비판적 어투가 아닌 '비평의 숲'을 제시하신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문제시하는 데에서, 비평의 궁극적 묘가 있다고.
이론은, 특히 인문사회과학의 이론은 비평이 된다. 아니, 오직 비평이 됨으로써만 그 이론은 자신의 존재증명에 나설 수 있다.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비평의 진정한 대상은 타인이 아니다. 몸을 끄-을-고 타자(성)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실천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게 비평의 요령이기 떄문이다. 궁극적으로, 비평이란 자신의 개입에 대한 비평으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타자는 매개인 것이다. 자신을 통해 타인을 볼 수는 없으니, 오직 타인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게 될 뿐이다. 그런 뜻에서 비평이 이론과 다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평은 자기 자신을 문제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론이 비평으로 펼쳐지는 내력에는 단지 윤리적인 차원만이 개재되고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을 문제시할 수밖에 없는 인문사회과학적 이론의 경우, 엄밀히 말해, 이론과 비평은 서로 구분되지 않을 만치 얽혀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늘 말해오던 대로 지행이 아니라 행지이며, 인간의 앎이란 인간의 삶 전체를 통한 총체적인 수행과 뗄 수 없는 상호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이다.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