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一理-읽기/일상 그리고 패턴

518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4

一理ROASTERS 2023. 5. 18. 20:19
매사 역사사회적 책임이 주장主張에 귀착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 상식이 짓밟힌 채 나태한 봄날 같은 일상이 뻔뻔스레 계속될 때 책임의식은 도착倒錯되고 윤리는 속으로부터 썩는다. 주범이 언죽번죽 역사와 시대를 희롱하고, 종범들은 그 희롱당한 역사와 시대 속에 변함없이 기생한 채 번창하며, 그 아래 민중의 한은 조직적으로 은폐되거나 왜곡될 떄, 그 무책임의 체계는 반윤리적으로 전염된다. ...타협과 미봉, 섣부른 화해의 제스처가 남발되었을 뿐이며, ...주범들은 건재하고 심지어 그 건재를 흉물스레 과시한다. 이 경우, 용서와 관용은 추악한 삼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까뮈의 말처럼 오직 역사에 대한 올바른 기억과 대접만이 화해를 불러올 수 있으며, 아렌트의 말처럼 시대의 어두움은 기억의 빛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주범과 종범들이 권세를 누리는 한, ...은 모욕받은 현실의 이름일 뿐이다.

5/18은 대한민국의 비극과 역사적 고통이 아닌 '특정인들만의 컴플렉스'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역사의 비극과 참담한 죽음 앞에서 '첨단 과학 기술'과 '산업'이 언급되는 것을 볼 때, 이게 기념사가 맞긴 한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모든 문제가 경제문제와 결부되어 있다지만, 518이라는 비극이 창의와 혁신 문제, 경제 번영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렇게, 비극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민반응'하는 특정 정파만의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역사사회적 책임이 단순한 개인의 망상일 뿐이라뇨. 

“오월의 정신은 자유와 창의, 그리고 혁신을 통해 광주,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완성된다”
“저는 광주와 호남의 혁신 정신이 AI와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받침하겠다”
“우리는 모두 오월의 정신으로 위협과 도전에 직면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며, 창의와 혁신의 정신으로 산업의 고도화와 경제의 번영을 이뤄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5.18 기념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