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외동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독서 인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름 책방을 열었는 데, 다들 책을 보지 않고 커피만 사먹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가게를 이렇게 지탱할 수 있게 해주셔서....아, 이게 아니었지.
송파동이라는 나름 부한(?) 이미지가 있는 동네에 책방을 만들었습니다만, 독자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적어도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 빌라가 가득찬 동네에 책을 찾는 손님이 잘 없습니다. 책은 생각보다 대중적인 아이템이라 생각을 했고, 책이 사람을 유인해오는 역할을 해온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만, 생각 외로 책이 둘러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바로 나가시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유서깊은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는 약속 시간 전에 기다리는 공간이자, 약속 시작 장소가 됩니다. 송파동에 약속 시작 장소라는 꿈을 품었던 기획이 물거품이 되는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장소가 당근 거래가 종종 일어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됐습니다. 근처에서 헤매기보다는 파란 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확실히 눈에 띄기 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근데, 그들의 목적은 '거래'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서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물건만 거래하고 유유히 나갑니다.
책을 접근하게 하려는 대표의 기획과는 무관하게, 손님의 취향, 손님이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제가 과하게 기대를 했던 탓도 있겠지요. 휴우...한탄하는 글 아닙니다. 동네에는 적어도 책을 보러, 여기를 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굳이 여기를 방문하지 않을 뿐이지, 다른 독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요. 또한 근처에(근처라기에는 적어도 10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는) ㅂ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문학작가들을 큐레이팅해놓은 것을 보고, 세팅의 웅장함을 느끼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잠실 교보문고는 더더욱 말할 게 없지요. 광화문 교보문고는 최첨단이구요. 여백을 활용하며, 이미지로 소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깔끔한 디자인 구성은 책에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책이 빽빽한 제 매장과는 완전 대조적인 광경이었죠. 근데, 제가 가진 것이 책밖에 없어서....
결국 자기 성찰로 되돌아 옵니다. 나부터 잘하자. 나부터 좋은 독자인가? 아니 무엇보다 '나는 책을 잘 읽는가?'의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혹은 책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책을 잘 소개하는 곳인가?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생깁니다. 독자였을 때 나, 책방을 운영하는 나, 커피를 파는 나, 기사를 썼던 나 등 책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직장이 달라지니 활용법도 천차만별이기까지 합니다. 책방을 운영하기에 책에 어느 정도 알아야 합니다. 책방을 운영하기에 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어떤 방안이 있나를 고민해야 합니다. 마치, 책을 좋아해도 도서관에는 잘 안가는 것과 비슷한 결인 거죠.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좋은 독자란 무엇인가? 묻게 됩니다. 혼자 책을 소장할 때와는 다른 물음을 가지고 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책을 골라오고, 소개하는 것, 그 좋은 책의 기준을 설명하되 '공간의 배치'로서 말할 것이 제 업입니다. 제가 좋은 독자냐 묻는다면, 그것은 어떤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묻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답할 거 같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책이 제가 읽는 속도보다 더 많이 출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소비하는 차원에 있어서는 꾸준히 새로운 책들을 들여오니 '좋은 소비자'라 부를 수 있겠으며, '좋은 판매자'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절판된 책과 중고 서적을 들여오는 차원에서는 할인율이 그리 크지 않으니, 비싼 책방이라 불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직장인이면서 좋은 독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직장 생활, 체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는 쉬어야지요. 책은 에너지가 있을 때 읽을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집에 복귀하면, 유튜브만 틀어제낍니다. 근데, 제 업계 사람들의 현황이 궁금하기도 해서 북튜버들을 눈팅하기도 합니다. 그들을 통해 책을 정리해서 설명해주기에, 책을 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착각을 하게 만드니까요. 아, 오늘도 그래도 책을 읽었다고 자조하면서 잠에 듭니다. 북튜버를 통해 책을 읽거든요. 이런 제 모습이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려고 책방했나...
책에 관심있는 분들을 만나고 싶은데, 이 글을 쓰다보니 다양한 직종의 은밀하게 읽는 독자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서점에서 책을 사는 행위 뿐 아니라, 인터넷 주문, 대여, 스트리밍의 방식을 활용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제 생활부터가 종이로 된 책만 활용하지는 않으니까요. 이 주제 꽤 재밌는 주제가 될 거 같습니다. 읽는 자, 독자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