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상담가의 시대(상처-힐링 컨텐츠는 영원하다)

一理ROASTERS 2021. 10. 12. 17:51

양재진 원장님, 오은영 박사님의 영상의 조회수가 높습니다. 또한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는 프로그램은 상담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제 바깥 분께 물어보니, 이 분들이 유명해진 건 꽤 오래전이랍니다. 저는 유튜브 컨텐츠가 질려서, 고품격 지식인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가 무엇이 있는가를 찾아보다가 이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주로 이혼과 불행, 처세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분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려면 예약을 거는 수고와 고액(의미에 따라 다르겠지만)의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무엇보다 이 분들을 구독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제가 한 때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룬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TMI를 더 하자면, 한때 동물을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시절에는 수의사가 제 이상향이었습니다. 아, 이게 아니였지!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을 종종 상담해주곤 했습니다. 상담이라기에는 우습고 친구들의 애환(?)을 잘 들어주는 성깔이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저의 한때 상담사의 꿈을 품게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심리학과 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이런 능력이 있음을 보고 심리학과에 입학했지만, 결국 제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심리학과보다 더 나은 과를 가기 위해 자퇴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상담코칭 쪽 대학원에 입학하려 했으나, 2번의 고배를 마시고 포기했습니다. 근데 다행이게도(?), 지원했던 대학원에 교직원 성추문 문제가 터져 입학을 안 한 게 다행이었죠. 무엇보다 학비가 굉장히 비쌌습니다. 

 

일단, 잼민이(?) 시절 '상담'이라는 것이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친구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깊은 이야기, 속깊은 이야기, 아픔을 털어놓으면 위로가 됐으니까요. 단지 농구하다가, 콜라를 들이키면서요. 근데 20살이 넘어서, 술 자리에서 술 없이 이야기를 못하는 상황이 되니 제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너무 논리 비약인가 싶네요 ㅎㅎ) 상담은 어떤 절벽에 이르렀을 때, 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은 주변인들의 가정 파괴 상황을 깨달았을 때 알았습니다. 친구들에게도 못하는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경우, 근데 어떤 해결을 원한다면 합의 혹은 법의 결정을 따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면 되는 일입니다. 상담은 문제 설정 및 직접적 해결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저 역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상담은 상담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치료의 이상향이 그렇게 설정된 것은 아니지만, 성추문이 상담계에서 일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성추문과는 별개로 상담은 점점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사실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심리학과에 입학한 당시에는 상담이라는 것이 각광받던 시대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2010년이 넘어서까지도 '유망학과'라는 소리만 듣는 실속없는 분과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정신과 의사들이 나오면서 이런 분위기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상담사와 정신과 의사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도 합니다. 모든 상담사가 아닌 '정신과 의사'가 각광받는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골격은 어느 순간 '미디어'가 치료사가 된 느낌입니다. 어떤 직종이 미래 전망이 밝은 직업이 아니라,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컨텐츠의 미래가 밝다는 겁니다.  종교인의 위상이 약해진 시대에 상담가가 그 자리를 꿰차는 거 같습니다. 2020 지금 시대에는 삶의 지혜와 처세에 능한 상담가가 그 위치를 차지합니다. IMF 시절 모두가 실패할 무렵에는 자기계발 강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구요. 힐링 컨텐츠가 유행했던 시절에는 불교 쪽 스타가, 산업화 시대에는 기독교쪽 스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종교인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지금 시대에는 유명 방송인들이 상담 컨텐츠를 진행하며, 연애 상담으로 유명해진 유튜버 등 '상담'이 주요 컨텐츠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책방에도 상담을 접목한 책방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요. 탈권위, MZ 세대와 맞물려 '권위'자보다는 좀 더 가벼운 처세 쪽이 다시 뜨는 거 같습니다. 일상 생활 속에 소소한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더 중요해진 거 같습니다. 근데 그 소소한 문제를 '비싸게' 댓가를 지불하기도 하지요. 또한 '도네이션', '별풍선'을 통해 이런 컨텐츠를 구입(?)합니다. 

 

 

여전히 의존할만한 대상을 찾는 흐름은 영원할 거 같습니다. 늘 우리는 메시아, 멘토를 필요로 합니다. 즉, 종교처럼 강제되는 권위보다는 일상 속 소소한 권위자를 찾게 된 거 같습니다. 그 권위자는 의사가, 상담사가 될지 혹은 연인이 될지, 부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소소한 권위자는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의존을 소비하는 시대, 꽤나 위험해진 시대가 된 거 같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의존하지 스스로 독립할 수 있기는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