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문득 든 생각'으로 책과 겹쳐내며 화두를 구체화시키다

一理ROASTERS 2021. 10. 28. 13:14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 대표님의 책입니다. 문장도 유려합니다. 아, 질투난다....아! 예약제로 바뀌었기에, 꼭 예약하시고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절대 목표의식을 갖고 방문하지 마십시다!!!

 

남의 책을 읽으면서, 제 문제의식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아이디어는 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유에서 나옵니다. 남의 문장과 공명하면서 만나는 것이지요. 그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썼는 데, 이번 주제는 책이라는 효용에 관해 화두를 잡았는데, 그 과정에서 책을 샀고 그 책을 통해 책에 대한 문제 의식이 더 심화됐습니다. 글의 방향이 여러갈래로 늘어버린 것이지요. 여러 화두의 갈래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책을 사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 소모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잡아야 책을 살 수 있습니다. 활자에 중독될 마음가짐을 안고 가야 하며, 책을 파는 곳으로 가는 지하철역을 뚫어야 하죠.

 

2. 책방의 규모에 대한 화두입니다. 규모가 큰 책방, 동네에 작은 서점이라는 축에 대한 문제입니다. 광화문이라는 완벽한 동네가 있습니다. 홍대라는 핫한 동네가 있습니다. 그 땅값 높은 곳에 살면 참 좋겠습니다만, 둘리네 동네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어서... 결국에는 대중 교통을 타고 이동해야만 합니다. 감당 가능한 에너지가 있는지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죠. 근데요. 큰 서점에도 제가 찾는 책이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합니다.

 

3. 책과 일상 속에 녹아든 서치라는 패턴 문제입니다. 틈만 나면 서치하는 습관입니다. 늘 검색을 먼저하는 패턴과 함께 사는 현실 문제입니다. 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원하는 책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인터넷 서점으로 가지요. 뿐만 아니라,(대형 서점 기준) 그리고 광고 매체도 살펴봐야 하죠. 포털 등등 기본적인 서치 작업이 일상적인 것이 됐습니다. 우리의 서치하는 습관은 독이 될까요? 득이 될까요? 아니, 이게 아니였지....적어도 이러한 서치 작업의 이득은 확실히 있습니다. 이 책이 절판됐는가, 아직 팔고 있는가 확인이 가능하지요.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라는 매체도 있지요. 결국 남의 시선을 먼저 기웃거려야 합니다. 언론 매체의 역할에서도 지대하게 영향ㅇ르 줍니다만, 이제는 신문 구독을 하지 않는 시대니까요. 신문 배달부라는 직업도 점점 없어지고 있네. 아 이게 아니였지. 

 

4. 책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책이 있는 공간이 먼저냐, 공간을 넘어선 접촉성(컨텐츠)의 먼저냐의 문제입니다. 언론사, 북튜버들을 통해 책을 추천받습니다. 책이라는 고고함의 문제인가, 책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느냐의 문제와도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늘 그렇듯,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5. 좋은 책과 구린 책의 문제입니다. 이건 책방의 철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가 기존에 생각했던 책의 무용함과 유용함이라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서 쓰려 그랬는데, 저 책에 웬만한 사색들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윤성근 대표님은 책과 관련해서 굉장한 전문가입니다.(좀 더 그럴듯하게) 가깝기만 했다면 언제든 갔을테고, 매장만 운영 안했으면 언제든 갔을텐데요.

 

6. 책의 물성(物性)에 관한 문제입니다. 책은 종이를 활용하기에, 나무를 죽입니다. 저자-편집자-출판사-인쇄소-마케팅-판매소로 이어지는 복잡한 관계에 얽혀 있는 문제이지요. 그런 출판 통로를 통한 주제도 재밌어 보입니다. 이에 대한 출판물들도 많이 있지요. 

 

7. 저자의 스승들의 문제입니다. 저자들에게 영향을 준 이들의 책을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혹은 저자에게 영향을 받은 이들의 책을 수집할 수도 있지요. 계보식 '읽기 방법론'의 화두와도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8. 책의 목적성의 문제입니다. 책에 물들기 위해 읽는 것인지, 곰국(학위 논문)용으로 읽는 것이지의 문제입니다. 곰국용은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고, 절판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전문가의 책, 아마추어의 책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9. 출신 대학의 문제입니다. 이건 굉장히 예민한 문제이지만, 인간은 환경에 영향받는 동물이라 선배들, 동아리, 학풍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때의 독서 습관이 평생가고, 자료를 섭렵하는 습관은 대학교에서 정립이 됩니다. 학부라는 환경에서 대악원(대학원)이라는 금기의 선택을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죠. 

 

10. 책방이라는 공간의 문제 및 판매 전략의 문제입니다. 제 생존입니다. 당연히 고민해야죠. 근데 손님은 이런 거 고민안해도 됩니다. 책방 사장들만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책방에서도 두 갈래 길이 있지요. 헌책방과 새책방, 최근에 각광받았었던 독립 책방의 갈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북카페라는 커피를 사면 책을 읽을 수 있는 큐레이션 기능을 들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최근에 시간당 이용료를 지불하는 공유 서재라는 사업 모델도 등장했지요.

 

11. 책의 시급성의 문제입니다. 책은 당장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제집이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필요하니, 시급한 문제겠지요. 하지만 대다수의 책은 생각보다 급박하게 살 필요는 없어요. 사치재입니다. 잉여 시간에 읽는 그런 사치재로서의 역할을 하지요. 그리고 책은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있는 책 중에 읽는다는 명언도 있지요. 그리고 이사할 때는 애물단지가 됩니다. 혹해서 샀다가 헐값에 팔리고, 결국 헌책방 업자에게 헐값에 넘어가게 될 운명이지요. 그렇게 책은 그런 식으로 순환되며, 주인을 찾아갑니다. 아, 절판의 문제도 있네요. 인문학 원전들은 금방 절판이 된답니다. 그렇다고, 번역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지요.

 

12. 번역 상태의 문제도 있겠습니다. 판본의 문제도 있겠구요. 그리고 국내 저자인지, 해외 저자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