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여러 권임에도 불구하고, 각론으로 분류해보았습니다. 이번 주제는 '출판사'에 대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각론에 선정한 도서는 하나의 출판사의 출판물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 출판사를 선정한 이유는 구독이라는 형식이 익숙해지기도 전, '정기 후원' 제도를 통한 안정적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막 직장인이 됐을 무렵, 우연히 만두국을 먹다가 마주치게 된 인연으로 정기후원을 하게 됐습니다. 근데, 후원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신 출판 도서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배송료없이, 양질의 책을요. 그니까, 후원하게 되면 책은 무료로 따라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무료'는 아니죠. 제 돈이 출판사에 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기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무료로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착각이 생깁니다. 행복 회로가 자연스레 돌아가는 거죠.
근데 지금은 유튜버들 덕분에 '구독'이라는 말이 굉장히 익숙해졌습니다. 제가 비아 출판사에 정기후원을 시작했던 것도 유튜브가 지금처럼 일상화되기 이전의 시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비아 출판사의 민경찬 편집장의 기획이 돋보였었습니다. 똑똑한 한 사람이 출판사를 먹여 살리고, 하나의 스트림이 된 것이지요. 이런 정기 후원 시스템이 비아 출판사의 저작을 빛나고, 뚝심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책을 그냥 내지 않습니다. 시리즈로 기획을 합니다. 그래야 묶어낼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비아 출판사의 지향점은 '가이드북'입니다. 마냥 불후의 저작 만을 출판하지 않고, 불후의 저작에 이르는 여정을 그려냅니다. 기존 그리스도교 출판답지 않게, 편집디자인의 일관성도 그렇고, 각 시리즈별 다양한 판형과 다양하되 형식에 충실한 디자인을 보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거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정기 후원이 성공적인 케이스였고, 지금도 굉장히 만족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만한 출판 기획력이 바탕이 되어, 좋은 저작을 내어놓으니까요.
요약하자면, 출판사의 기획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정기 후원제도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리되어 하나의 책으로만으로 끝나버리니까요. 작게는 한 권의 책, 좀 더 크게 한 권의 책을 만든 시리즈 기획, 더 크게는 시리즈 기획을 맡은 출판사의 역량과 지향점, 더더더더 거시적으로 볼 때는 어떤 출판 영역에 대한 숲 형성에 있습니다. 지금은 '정기 구독 시스템'이 일상화됐습니다. 그리고 책방이 살아남는 최소한의 서비스도 정기구독서비스입니다. 그러니, 어떤 책방을 사랑하게 됐다면, 정기구독으로 사랑의 힘을 보여주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정기 구독이 출판의 숲을 일궈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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