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이라는 실효성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8
토론에서 이기려면, 지식이 중요했다. 그러나 동시에 지식은 다른 텍스트에서 비롯되기에, 텍스트를 많이 가진 이가 승리하기 마련이었다. '넌 모르지'라는 말로 발려 버리는 굴욕감이란... 그런데 그 토론이 마냥 삶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냥 그 순간에 굴욕감으로, 이기겠다는 투쟁감에서 그쳐버렸던 것이다. 이런 투쟁감에서 발전하기 마련이다만, 투쟁감은 쉽사리 불타오른만큼, 허망하게 꺼져버린다. 여전히 지식은 중요하지만, 비평까지는 안되더라도 이해한 지식이, 곱씹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래에 다룬 선생님의 인용구는, 우리의 공부길에 있어, 깔끔하고 단순한 나침반이자 세심한 응원의 말씀. 도량度量을 키우지 않은 채 지식만을 들이쟁이면 안 됩니다. ...과적한 배처럼 침몰하기 때문입니다. 애증..
2023. 5. 10.
이론Theory을 다룰 것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3
공부함에 있어서, 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사회가 좀처럼 좀먹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의 기득권에게 마이크(매체의 주목)가 쥐어지기 때문이고, 물들어가는 한심한 개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할 필요가 없고, 풍경만큼은 깔끔하고, 결핍 하나 없이 평화로우니까. 풍경에 가려진 것들을 보려 하지 않기에. 이론을 배우는 것은 (그 경험적 비용과 감가상각에도 불구하고) 느낌의 너머로, 감각의 너머로, 상상(직관)의 너머로 나아가 실제에 박진하기 위해서다. 이런 뜻에서 이론을 배우고 그 뜻ㅇ르 적용하는 것은, 修行의 과정에서 에고를 넘어가려는 실천과 닮았다. 무릇 좋은 이론이란, 개인이 자신의 경험역(經驗域)에 빠진 채 거기에서 생성된 직관적 표상들을 매개적 의심 없이 믿..
2023. 4. 30.
낮게 삶의 틈을 내어/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1
공부는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삶은 그대로이지만, 내 지위를 올리는 것에만 급급했던 거 같다. 말투, 쓰는 문장, 행동거지 등등은 신경쓰지도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는 착각을 갖기도 했었다. 인터넷에 널부러져 있는 강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차후 공부를 하면 될 터였다. 결국에는 돈을 벌기 위한 '공부'가 공부라고 규정된 탓일까, 심리적 장벽이 높게, 그리고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하고, 학점을 받더라도, 과연 그게 공부의 '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지 수강하고, 하나의 '분야'를 알게된 것까지가 '강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내 스스로, 삶에서 공부의 흔적을 쌓아나가는 그런 공부가..
202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