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은 무엇인가가 진행되는 장소입니다. ...우리들 각자는 사건이 일어나는 일종의 교차로입니다."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신화의 의미>
공부의 기본기는 '태도'다. 재능보다 태도를 앞세우는 것은, 그 포괄적 중요성 대문이기도 하지만 태도는 재능과 달리 그 자체가 공부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공이산의 정신이기도 하다. 공부는 '제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제 마음을 어떤 정해진 태도 속에 넣어 갈고 닦는 것이다. (64)
통상 공부를 결심한 이가 제일 먼저 손대는 게 책읽기다. 그러나 바로 이게 병통이다. 그래서, 레비 스트로스의 지적처럼 '정신의 성숙과 생각의 복잡을 혼동하는 일'이 생겨난다. 어떤 공부에서든 (좋은) 책읽기를 생략할 수 없지만, 책읽기는 언제나 반편의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내가 '공부하라'고 하면, 우선 그것은, 규칙적으로 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를 한다거나, 걸어 다니면서 일체 타인의 얼굴을 구경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에 견결하거나, 四隣과 새 관계를 꾸며보라는 등등의 얘기다. 혹은 타인과 더불어 있는 곳에서는 핸드폰을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작고 허무한 일들에 극도의 정성을 들인다거나, 질투와 시기를 자근자근 밟아 죽인다거나, 자신의 말하기나 앉기 등을 개선한다거나, 애착이 아니라 정성 어린 연극으로 사랑한다거나, 차분함과 비움을 얻어 화를 내지 않도록 애쓴다는 것 등등을 하라는 뜻이다. 우선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82)
공부한다는 것은 이토록 복잡한 것입니다. 책 '만' 읽은 것이 아니라, 정해진 태도 속에 자신을 갈고 닦는 것입니다. 재능과 실력의 시대에서, '태도'는 고리타분한, 힙하지 않는 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나 태도입니다. 공부함의 시작은 '태도'부터 연습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조금은 더 민활한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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