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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16

삶으로 수렴되는 앎 / 김영민 <진리 일리 무리> 2 인문 정신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세상'을 지향하는 정신 문화적 추동력이다. 그것은 삶의 근원적 의미와 가치에 정신과 태도의 최종심급을 두려는 노력의 과정이며 그 성과다. 그것은 모든 앎의 권리 원천이 삶이며, 따라서 앎이 그 생명력과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삶으로 수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념하는 정신이며 이를 구체화시키는 실천이다. 그러므로 그 정신은 삼의 구체와 복잡 그리고 역사의 흐름이 만드는 깊이와 그 妙에 늘 민감하게 응대하려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인간다움, 삶의 자연스러움과 그 진정성 그리고 모듬살이를 위한 합리성의 전통을 창발적으로 계승하며, 그 내실을 지금에 맞게 가꾸는 정신이다. ...지식인의 경우, 그 녀력은 현실과 언어의 괴리를 메우려는 구체적.. 2023. 5. 25.
비평은 문학적이며, 표현적으로 재구성할 것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3 이 책은 2007년에 나온 책입니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의식이 2022년의 와 여전히 그 뜻을 잃지 않고, 돌파합니다. 공부함의 기본, 무엇보다 해석에서 더 나아간 '비평'은 곧 잘 가꾸어지고 솎아지고, 비로소 소소한 삶의 내려앉은 '몸'입니다. 바로 아래 문단에, 뜻과 글의 사잇길이라는 아슬아슬함을 캐치하고 더 나아간 길을 제시하십니다. 그러니, 일독을 권합니다. 문화비평은 문학적이며, 문학적이어야 한다. ...인문학을 표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문화비평의 '비평적' 글쓰기가 그 자신의 신체를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이 굳이 '문화' 비평일 필요가 없다. ...이는 단지 가독성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낮은 자리 속에 정박하려는 미래 인문학적 체질변화와 .. 2023. 5. 7.
삶은 응하기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7 우리의 주된 삶의 방식, 무엇보다도 살아가는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응하기'입니다. 이웃들 혹은 타인들과의 온/오프라인의 버성김 속에 놓여서 살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혼자 있는 동안에도, 유튜브에 속한 타자와 버성깁니다. '홀로' 역시, '타인'의 해설이 있어야, '홀로'가 비로소 '고독'으로 의미화합니다. 그렇기에 가장 익숙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면, 타자에게 버성김을 뚫고 응하기는 어렵고도 어렵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응하기'는 그야말로 전부다. ...우주와 그 생명의 역사는 죄다 장구한 응하기의 과정이다. 응하기를 통해 그 실효를 얻는다는 것은, 곧 삶의 자리가 늘/이미 타자의 세속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愼獨마저도 (어떤) 타자(들)와의 대화다. 생각이 공부가 아니.. 2023. 5. 7.
소소한 구원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6 구원을 '철학적 용어'와 '공부함'의 길과 관련시킵니다. 구원이라면 종교적인 냄새를 풍기는 데, 선생님께서는 이를 철학적으로, 더 나아간 비평으로 해석하십니다. 섣불리 돕는다는 착각으로 많은 것을 망쳐왔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사실, 이기적인 이유이고, 수작(?)부리려는 좀스러운 작전이었을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입과 도움에 대해, 곧 선생님의 책이 나온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구원을 읽더라도, 제 삶에서 구원을 이룰 수 있을지는 참 요원해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냥 제가 맡은 이 공간을 가지런히 가꾸고, 바지런히 자료를 쌓아나갈 밖예요. 구원이라는 게 별스럽지 않다. 자기의식이 자신의 삶과 실천 속에서 완전히 녹아든 게 바로 구원의 징표다. 자기를 바라보는 자기의식이 소외되거나 스스로 버성기지 않으면 그것으.. 2023. 5. 4.
비평이라는 가능성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2 마냥 에세이집이라고 알고 있던 김영민 선생님의 책의 서문을 보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설명하는 비평의 의미를 같이 숙독해봅시다. 이게 제 할 말의 전부입니다. 이 매장의 존재이유이구요. ...문화비평은 일상의 낮은 자리로 스며든다. 그런 점에서 비평은 그 자체로 공부다. 공부가 아닌 비평은 부레처럼 뜨기 떄문이다. 습작이라는 기나 긴 발효의 시간, 그리고 그 발효가 마침내 내열을 숨기고 차분해졌을 때에 스타일이 생긴다는 고호의 말처럼, 이론의 열정을 묵히고 그 모서리들이 숙진 다음에 우리는 비평가의 눈으로 문화를 얘기할 수완과 지혜를 얻는다. ...문화비평은 일상의 정치성에 주목한다. 바로 거기에, 일상을 다루되 문학과 갈라지는 지평이 생긴다. 일상이 어떤 삶의 양식이라는 채널을 통해 진지화할지, 혹은 영.. 2023. 5. 3.
지혜라는 미래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5 지혜는 솟아나는 '영감'의 발현과 비슷한 어감입니다. '솟아난다'는 표현에서 지혜의 이미지가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여러 영상 매체에서 드러난 지혜의 모습은 '위태'롭지만, 국면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전쟁 영화에서 이런 지혜라는 이미지를 엿볼 수 있어요. 또한 현실과 타협하는 전략인 동시에, 불법과 합법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현대 드라마에서도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성서에서 '솔로몬의 재판'에서 지혜의 모습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혜는 무맥락적-무매개적 지식으로부터 '외출', 삶 속에 들어가는 비평적 실천과 함께 솟아나거나 쟁여진다.(그러나 결국 관건은 외출 그 자체가 아니라 외출한 이후에 다시 자신의 집으로 귀가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미 지적했지만, 실천의 지평에서 동.. 2023. 5. 3.
인문학 열풍의 종착지, 맘몬 숭배 / 김영민 <자본과 영혼> 3 길게 보면 2011~2017년 사이, 짧게 보면 2014~2016년 사이에 인문학 '광풍'이 불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런 부분에 대해, 조명하고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에 학술 쪽 기자에 잠시 몸을 담았던 적이 있다. 저자와의 만남 혹은 강연 위주로 구성하는 책방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던 시기도 2017~2018년 잠시간 그랬었다. 그런 분위기가 오래갈 것이라 판단해, 스스로도 매장을 만들게 됐지만, 찾는 이들도 없어졌으며 그런 책방들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인문학이 중요하고, 관련 강의를 하는 강연자들도 많아졌지만, 돌아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순간부터 '새 인재 발굴'이 멈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불편한 사실을 목도한 게 있다. 결국 출중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 2023. 5. 2.
비평의 정확한 정의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4 이론을 공부한다는 것을 이유로, 우월해진 게 아니다. 이는 자기 위로일 뿐. 이렇듯 그전에 이론을 공부하고 관련 서적을 수집했던 이유는 허영(?)이었다. 스스로 좀 더 우월하다는 자만심에 취하기 위해 공부했었다. 이는 분명 잘못된 방향이었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영민 선생님은 공부의 길을 제시해주신 분이시다. 무엇보다 여느 인문강사들과는 달리, 남의 이야기인양 치부하는 비판적 어투가 아닌 '비평의 숲'을 제시하신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문제시하는 데에서, 비평의 궁극적 묘가 있다고. 이론은, 특히 인문사회과학의 이론은 비평이 된다. 아니, 오직 비평이 됨으로써만 그 이론은 자신의 존재증명에 나설 수 있다.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비평의 진정한 대상은 타인이 아니다. 몸을 끄-을-고 타자(성)를 향해 .. 2023. 5. 2.
이론Theory을 다룰 것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3 공부함에 있어서, 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사회가 좀처럼 좀먹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의 기득권에게 마이크(매체의 주목)가 쥐어지기 때문이고, 물들어가는 한심한 개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할 필요가 없고, 풍경만큼은 깔끔하고, 결핍 하나 없이 평화로우니까. 풍경에 가려진 것들을 보려 하지 않기에. 이론을 배우는 것은 (그 경험적 비용과 감가상각에도 불구하고) 느낌의 너머로, 감각의 너머로, 상상(직관)의 너머로 나아가 실제에 박진하기 위해서다. 이런 뜻에서 이론을 배우고 그 뜻ㅇ르 적용하는 것은, 修行의 과정에서 에고를 넘어가려는 실천과 닮았다. 무릇 좋은 이론이란, 개인이 자신의 경험역(經驗域)에 빠진 채 거기에서 생성된 직관적 표상들을 매개적 의심 없이 믿.. 2023. 4. 30.
나쁜 질문부터 거르기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2 가장 나쁜 질문은 선생을, 그리고 대화상대를 자판기로 취급하는 내용 중심적 단답형이다. 선생이 자판기의 노릇을 참아내야 하는 시기는 학생이 유치원생 이하의 단계에 머물 때가 적당할 뿐이다. ...최소한 공부의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단문단답의 교환장치 속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소외시키지는 않을 터다. ...마치 한국 사회에서 영어 실력이 실존용이라기보다 내부 경쟁용으로 활용, 혹은 남용되고 있는 것처럼, 나쁜 질문은 대체로 사감에 얹혀 도발적이거나 반응 형성적이며, 넓은 뜻에서 내부 경쟁용으로 오용된다. (18) 질문은 어려웠다. 제대로 익히지 않고, 틀이라도 잡아여 질문이 생기는 법인데, 질문 시간 때는 좋은 질문을 아니, 적어도 해당 주제에 맞는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본 적도 없다. 묵히고, 익힌 다음에야.. 2023. 4. 22.
뻔한 뉴스, 그 상투성에 대해 / 김영민 <자본과 영혼> 2 우리는 대중입니다. 매체는 개인 각각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씩 아니 자주 매체가 대중을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받고는 합니다. 마치, 이 프로그램을 보기만 하면 당신은 특별한, 아니 적어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은 아니라는 자신감 아닌 자신감을 심어주고는 합니다. 스스로 특별하게 여기지만, "나만큼은 다른 이와 달라"라는 말에서 이미 다른 이와 차어없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의 매체의 무서움이 담겨 있는 거 같습니다. 다른 의미로 언론의 제대로된 보도가 이뤄질 수 없는 이유 중에 핵심 요인은 바로 '상투성'입니다. 갖은 대중매체를 접하는 소식들은 대체로 상투적인 틀과 표현 속에 묶여 있다. ...공급과 수요의 포맷이 대중적일 수밖에 없는, 어디까지나 '대중'-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 2023. 4. 22.
틈새마저 지배하는 매체 / 김영민 <자본과 영혼> 1 제가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17년말부터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핸드폰을 쓰기 시작한 나이는 19세, 형이 군대가고나서 형의 핸드폰을 물려받고나서부터이지요. 다들 쓰는 핸드폰을 왜이리 늦게 쓰기 시작했냐면, 아무래도 필요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밤이 되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이 한심해서...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 매체의 힘이 은근하기에 대단한 거 같습니다. 인간의 지각이나 신체 능력을 '확대'한 것이 매체라면, 젓가락에서부터 휴대전화를 거쳐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이기는 죄다 매체적이다. ... 우리가 나날이 이기로서 발명/이용/전파하고 있는 갖은 매체들은 그 진단과 평가를 단순하게 할 수 없다. ... 매체-기계와 사람의 관계는 당.. 2023. 4. 21.
방구석 유튜브 알고리듬이라는 대류에서, 산책으로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1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체제를 공통적으로 칭하자면 '자본주의체제'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일상 전체를 침투해 있습니다. 가령 구글사의 유튜브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요. 내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듬 덕택입니다. 그런데, 웃긴 게 그 알고리듬은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선호도의 밀집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개성은 이미 없고, 알고리듬만 남아버린 시대입니다. 방 구석 유튜브 시청에서 벗어나 산책을 꿈꿔 봅니다. 고작 산책이라니요? 산책부터, 그리고 상처를 톺아보는 것부터 돌아보는 성찰의 힘이자, 더 나아가 불화의 힘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의 이동이며, 심지어 샤머니즘에까지 이른 원격이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책은 '이동이 아닌 걷기'다. 그래서 .. 2023. 4. 21.
낮게 삶의 틈을 내어/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1 공부는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삶은 그대로이지만, 내 지위를 올리는 것에만 급급했던 거 같다. 말투, 쓰는 문장, 행동거지 등등은 신경쓰지도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는 착각을 갖기도 했었다. 인터넷에 널부러져 있는 강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차후 공부를 하면 될 터였다. 결국에는 돈을 벌기 위한 '공부'가 공부라고 규정된 탓일까, 심리적 장벽이 높게, 그리고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하고, 학점을 받더라도, 과연 그게 공부의 '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지 수강하고, 하나의 '분야'를 알게된 것까지가 '강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내 스스로, 삶에서 공부의 흔적을 쌓아나가는 그런 공부가.. 2023. 4. 21.
어쩌다, 일리一理(1) 임상이 없는 학문은 허황되게 보이기 쉽고, 궤변으로 매도당하기 쉽습니다. 임상성 즉, 삶의 구체성은 철학적 탐구의 중요 단서라고 김영민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사실 첫 문장부터 선생님의 문장입니다...) 김영민 선생님께서는 “일상성을 버리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 최소한의 일상성의 경험과 학문은 밀접해야 합니다. 이와 연관해서 선생님께서는 인간의 ‘일리一理’라는 개념을 말씀하세요. 사실 사진의 책이 아닌 이미 절판된 (1993)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사진의 책과 일리의 설립이념은 찬찬히 서서히 다룰게요. 선생님 은 일리라는 독특한 개념을 발전시켜 나가셨습니다. 일단 제 공간의 설립이념에 각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세상을 복잡성이라 읽고 그 세상을 ‘일리一理’의 해석학을 통해서 이해한다.” 이 문장이었습니.. 2021. 6. 2.
독서 모임론論 - 김영민 선생님 <사랑, 그 환상의 물매> "자니? 밖이야?" "너뿐이야" "내꺼하자" "미안해"/"뭐가 미안한대?"/"그냥 존재 자체가 미안해" "왜 전화를 안받아?" "가지지 못할 바에는 부숴버리겠어" 엄숙하지만 코믹한, 과거의 숟하게 이불킥을 했던, 혹은 아름다웠던(?) 사랑의 기억이 다들 있을겁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연애와 결혼이라는 제도로 통칭되고, 그러한 이미지로 사랑이 소비되는 세상 속에서 살지요. 연애나 결혼제도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역할도 '규정'되기도 했지요. 지금은 그게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철학적, 사회학적으로 사유하며 그 틀을 완전히 낯설게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번에는 김영민 선생의 로 정했습니다. 같이 나누기 좋은 본문을 발췌해서 미리 나눕니다. 발췌한 본문에 .. 2021.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