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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독서 모임론論 - 김영민 선생님 <사랑, 그 환상의 물매>

by 一理ROASTERS 2021. 5. 29.

김영민 선생님의 '성숙'과 '사랑'에 관련된 책입니다. 사랑의 문제가 성숙으로 혹은 여린 마음의 활용법 등으로 다채롭게 펼쳐져나갑니다. 책에 관한 만남과 인상이야기는 이후 샘플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자니? 밖이야?"
"너뿐이야"
"내꺼하자"
"미안해"/"뭐가 미안한대?"/"그냥 존재 자체가 미안해"
"왜 전화를 안받아?"
"가지지 못할 바에는 부숴버리겠어"

엄숙하지만 코믹한, 과거의 숟하게 이불킥을 했던, 혹은 아름다웠던(?) 사랑의 기억이 다들 있을겁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연애와 결혼이라는 제도로 통칭되고, 그러한 이미지로 사랑이 소비되는 세상 속에서 살지요. 연애나 결혼제도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역할도 '규정'되기도 했지요. 지금은 그게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철학적, 사회학적으로 사유하며 그 틀을 완전히 낯설게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번에는 김영민 선생의 <사랑, 그 환상의 물매>로 정했습니다. 같이 나누기 좋은 본문을 발췌해서 미리 나눕니다. 발췌한 본문에 대해 이러저러한 단상을 나누어요!

 

"사랑은 초기증상과 어떤 후유증의 범벅이지요. 이 증상의 특색은 오직 반복이라는 형식일 뿐인데, 이 형식 속에서 사랑은 온갖 세상을 거느리며 아름답게 불순해집니다. ...환상의 물매라고 한 것도 사랑은 무엇보다 그 열정의 정도에 따른 사소한 차이들의 나르시시즘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물매가 환상을 낳고 그 환상의 물매는 사랑을 번성케 하는 법, 현실과 환상이 겹치는 만큼 당신은 어제처럼 사랑할 것입니다. (서문)

"무릇 연인은 늘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결여에 시달리는 법이다. ...추억이란 사실이 아닌 환몽이 개입하면서 낭만화되는 과정이다."(21,22)

"사랑은 일종의 '초기증상'이었다. 초입에 들뜨고, 헛된 약속이 남발된다는 사실에서, 치유/해결이라는 것이 없으며, 초기증세만 반복된다.결국 그 질병 자체가 없었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104)

"사랑은 환상과 환멸을 한 몸으로 갖춘 유기적 조직체의 일종이다." (124)

"질투는 무엇보다 버릇으로서 대접하고, 버릇으로써 싸워야할 것"(35)

"사랑은 마음 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다. 우연함에서 스스로의 알리바이를 찾아 나온다." (85)

"마음은 연하다. 그렇기에 상처입기 쉽기에 연하게 다루어야 한다. ...연인들은 마음의 형이상학을 조심스레 밀쳐두고 피부와 말로써 연애하라고 권한다. 사랑은 마음의 거래방식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한, 마음을 주려고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생활이다. 그러므로 마음은 무엇보다도 모른 체해야 하는 것."(43) 

"사랑의 목적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은 사랑이라는 쉼없는 구애의 에너지를 제도화한 양식이 아니었던가?"(161)

"진정한 단 하나의 사랑은 결국 내가 모르는 어느 타인의 사랑"(164)

"사회 속에서 확인되는 성장과 서숙의 어긋남이 필경 여자와 남자가 서로 만나고 대화하는 데 실패한 일로 소급된다고 진단한다. 산업화와 근대화 속에서 조급하게 반복됐던 남녀관계는 마주보며 말을 주고 받는 관계라기 보다는 광잉남성적 근육과 과잉여성적 살 사이의 기계적 순환구도였다는 것이다."(176)

"계약동거나 광고동거가 시대의 풍속화처럼 떠다닌다. 이러한추세가 지속, 강화될 것이다."(191)

"우리가 사랑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사랑 중의 대부분이 실수였다는 사실뿐이다... 동어 반복이지만, 사랑은 사랑을 (못)하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실 속의 사랑은 오직 사랑의 실수밖에 없다. 그 실수가 내용을 채우는 방식으로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니,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부재를 통해 존재하는 판타지"이다.(243) 

"고백을 정신이라기보다는 제도로 보는 시각은 고백이라는 행위 속에 부지불식간에 깃들인 허위의식을 해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백은 사랑의 의도를 순수하고 충일하게 담아낸 영혼의 음성이 아니다....고백은 오염된 서사이다"(246)

"두 사람의 마음을 두 사람조차 모른다는 사실 속에 사랑의 진실이 맥동한다."(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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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 모임을 이끌어나갈 때는

-본문 '발췌' 위주로 한다음에

-비슷한 주제로 묶어 소제목을 만들어서 편집합니다. 이때는 논지흐름에 맞는 순차적인 배치를 하기도 하지만, 내용만 비슷하다면 역순으로 가기도 합니다. 가령 255페이지에 있는 내용이 100페이지 앞으로 배치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제가 키워드를 만들어서 배치한 것이니까요.

이러한 편집의 과정을 거쳐서 발제지가 나옵니다. 사랑에 관한 충격적(?)인 단상, 그동안 생각했던 사랑의 개념을 단숨에 부숴버리는 매력! 이 책의 매력은 그곳에서 나옵니다. 사랑에 빠지셨다면 이걸 읽으면서, 좀 더 생산적인 사랑을 영위할 수 있을거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일단 하나의 사례만 다뤄보았습니다. 이건 독서 모임의 샘플일 뿐이라, 이제 제 소견이 담긴 이 책 리뷰도 다루겠습니다. 하나의 책의 활용법을 다룬 포스팅도 꽤 괜찮아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