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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자소설

by 一理ROASTERS 2021. 10. 5.

닉네임을 백지라고 쓰곤 합니다. 백지는 무언가 쓸 수 있고, 무궁무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장인 동시에, 공포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설렘과 무서움이 함께 존재하는 '두려움이 얹혀진 신비Mysterium Tremendum'(루돌프 오토)의 공간입니다. 아, 특기는 새벽 감성 충만할때 글쓰고 뿌듯해하다가, 다음 날 일어나 이불킥하는 특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 주간지 기자를 했습니다. 학술 즉, 아카데믹 파트를 주로 취재다니며, 부단히 읽고 녹취하며 기록하는 업을 삼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읽지 않을 거 같은 글을 번역해서, 가독성 좋게 만드는 과학적인(?) 작업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깔끔하게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제 정체성과 기자의 정체성은 이토록 가깝게 겹쳐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 공간도 무섭기만 합니다. 누군가가 보는 공간이며, 스스로를 거침없이-그리고 취사선택적으로 은폐-왜곡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미리 두려움이 앞서고 마음이 설레네요. 좋은 책들과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대와, 글에 대한 두려움이 제 마음 속에 동시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의 감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복잡다단한 것입니다. 개성의 이름으로 스스로의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흔적으로부터 사회의 일면/흔적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