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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함께 소소하게 비평 - 爲人之學

틈새마저 지배하는 매체 / 김영민 <자본과 영혼> 1

by 一理ROASTERS 2023. 4. 21.

제가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17년말부터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핸드폰을 쓰기 시작한 나이는 19세, 형이 군대가고나서 형의 핸드폰을 물려받고나서부터이지요. 다들 쓰는 핸드폰을 왜이리 늦게 쓰기 시작했냐면, 아무래도 필요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밤이 되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이 한심해서...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 매체의 힘이 은근하기에 대단한 거 같습니다. 

인간의 지각이나 신체 능력을 '확대'한 것이 매체라면, 젓가락에서부터 휴대전화를 거쳐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이기는 죄다 매체적이다. ... 우리가 나날이 이기로서 발명/이용/전파하고 있는 갖은 매체들은 그 진단과 평가를 단순하게 할 수 없다. ... 매체-기계와 사람의 관계는 당연히 일방적일 수가 없다.(14)
자크 엘륄이 말하는 기술의 '수렴 현상'에 의하면, '기술의 여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우리 시대의 인간은 이미 매체-인간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반 일리치는 도구가 일정한 김계점을 넘어 성장하면 그 사용자의 의존, 착취, 무력감을 증가시킨다면서, 한 가지 유형의 도구-매체가 전체를 디배하는 이른바 '근본 독점'을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15)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전 포괄적 규제력을 지닌 매체-기계들의 견고한 네트워크이며 조직적 시스템이므로, 개인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식의 논의는 안이하고 비현실적이다 사실 매체와 사람은 이미 속 깊이 연루하고 있어 한쪽을 뺸채 다른 쪽을 말할 수 는 없다.(16)

자본주의를 바라볼 때, 스스로가 깊이 천착되어 있는 매체부터 톺아볼 일입니다. 단지 매체는 개인 하나의 책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루된 것이거든요. 우리의 숨까지 옥죌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