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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함께 소소하게 비평 - 爲人之學

방구석 유튜브 알고리듬이라는 대류에서, 산책으로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1

by 一理ROASTERS 2023. 4. 21.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체제를 공통적으로 칭하자면 '자본주의체제'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일상 전체를 침투해 있습니다. 가령 구글사의 유튜브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요. 내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듬 덕택입니다. 그런데, 웃긴 게 그 알고리듬은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선호도의 밀집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개성은 이미 없고, 알고리듬만 남아버린 시대입니다. 방 구석 유튜브 시청에서 벗어나 산책을 꿈꿔 봅니다. 고작 산책이라니요? 산책부터, 그리고 상처를 톺아보는 것부터 돌아보는 성찰의 힘이자, 더 나아가 불화의 힘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의 이동이며, 심지어 샤머니즘에까지 이른 원격이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책은 '이동이 아닌 걷기'다. 그래서 그것은 출장이 아니며, 관광이 아니며, 순례가 아니며, 배달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면 누가 걷는가?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조금 더 정확히는, 상처를 받은 탓에 세계가 세속이라는 미로로 바뀐 사람을 말한다. ..그렇기에 파워 워킹이나 혹은 슬로우 워킹 같은 것들은 도무지 산책이 아니다. 이는 영락없는 자본주의다. ...물론 이 상처는 자본제적 삶의 양식, 그 체계적 식민화의 그늘과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상처를 매개로 산책과 자본주의는 창의적으로 싸우거나 우스꽝스레 사통한다. (25)
산책은 '~워킹'이라는 기능화된 1차원적 보행이 아니다. 그래서 산책은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적 동선과 템포를 벗어난다. 그리고 인간의 상처를 다독이는 리듬을 저절로 배우면서 자본제적 도시의 인력으로부터 몸을 끄-을-며 벗어난다. ...그곳은 오직 없는 관계를 향한 부정적(부재적) 삶의 양식이 밝혀내는 새로운 가치들이 번득이는 결절점들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이동이면서 동시에 '교환'이라면, 산책은 탈자본주의적 창의성은 무엇보다도 너와 나 사이의 관계를 자본제적 교환의 바깥으로 외출하도록 돕는 데 있다. ...산책,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선 자본제적 체계와 생산적으로 불화하는 삶이다.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