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지식인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하지 않다. 둘뿐이다. 체제 안으로 흡수-고용되어 살아가거나, 아니면 꿋꿋이 살아가거나뿐이다.
강유원 <몸으로 하는 공부>, 74쪽
지식인은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가, 지식인은 "체제 안으로 흡수-고용"되어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우리는 지식인으로부터 '지식'을 '매체'를 통해 익힙니다. 즉, 지식보다는 '지식인'을 더 기억합니다.
"유명 지식인들은 무슨 이슈가 있을 때면 미디어에 등장해서 떠들어댄다. 겉보기에는 지식인 자신의 주의주장을 펴는 듯하지만 그들이 매스미디어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미디어의 검열을 거쳤음을 의미하므로, 그들의 주장은 미디어가 선택한 미디어의 주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토론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격렬하게 대립한다 해도 그들은 '미디어가 선택한 자'들이라는 패거리에 속한다. ...말썽 피울 소지가 있는 사람은 애초에 텔레비전에 초대되지 않으며, 신문사에서 원고청탁을 하지 않는다."
강유원 <몸으로 하는 공부>, 73쪽
그러나 지식인은 이미 '매체'로부터 필터링된 지식인, 매체가 선택한 지식인이기에 사실 '매체'를 대변하고 있을 뿐인 매체가 구성한 극 중 배역에 불과합니다. 결국 질문하게 됩니다. 매체가 우선하냐, 지식인이 우선하냐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바로 정답이 나옵니다. "미디어"
"1970년대는 자본주의의 모든 국면 중에서도 마케팅이 급격하게 부상했고, 매스미디어는 마케팅의 핵심적인 테크놀러지를 담당했다. 전통적인 인쇄매체를 제치고 영상매체가 전면에 나섰으며 그것은 전 세계의 인터넷 망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 상황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빠른 속도로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더 무지몽매해진 것이다. 쉴 새 없이 퍼부어대는 정보의 과잉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필터링 능력을 잃어갔고, 필터링을 매체 자체에 의존하게 되었다. '어느 게 맞는 말이야?'라고 물을 틈도 없이 '이것이 맞는 말이야'라는 메시지를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것이 단지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대중들에게는 신문에 나왔다거나 방송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실의 증거가 되었다."
강유원 <몸으로 하는 공부>, 71쪽
이 책은 2005년의 책입니다. 그리고 2005년 이전에 쓰여진 글이 모인 '글모음집'입니다. 지금 상황에 비하면, 더 낙후된 것으로 보이나, 되려 2022년인 지금 이때 강 선생님이 분석한 상황보다 훨씬 악화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레거시 미디어'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튜브'의 확대재생산으로 인해, '레거시 미디어'가 훨씬 더 영향력을 미치게 됐지요. 묻기도 전에, '믿어'버립니다. 우리는 어떤 지식인을 선택해야할까요? 미디어를 거치지 않는 지식인은 없습니다. 결국에는 이 지점에서 책방과 독자의 역할이 생깁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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