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리一理-읽기/함께 소소하게 비평 - 爲人之學

비평이라는 가능성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2

by 一理ROASTERS 2023. 5. 3.

마냥 에세이집이라고 알고 있던 김영민 선생님의 책의 서문을 보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설명하는 비평의 의미를 같이 숙독해봅시다. 이게 제 할 말의 전부입니다. 이 매장의 존재이유이구요.

...문화비평은 일상의 낮은 자리로 스며든다. 그런 점에서 비평은 그 자체로 공부다. 공부가 아닌 비평은 부레처럼 뜨기 떄문이다. 습작이라는 기나 긴 발효의 시간, 그리고 그 발효가 마침내 내열을 숨기고 차분해졌을 때에 스타일이 생긴다는 고호의 말처럼, 이론의 열정을 묵히고 그 모서리들이 숙진 다음에 우리는 비평가의 눈으로 문화를 얘기할 수완과 지혜를 얻는다. ...문화비평은 일상의 정치성에 주목한다. 바로 거기에, 일상을 다루되 문학과 갈라지는 지평이 생긴다. 일상이 어떤 삶의 양식이라는 채널을 통해 진지화할지, 혹은 영원한 변화의 영도로 남을지는 바로 거기에서 결정된다. ...문화비평은 역사학과 사회학이 겹치는 그 첨단의 지점에서부터 오히려 삶의 조직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가려는 감수성이다. 비평은 공부이면서 공부 이후의 글쓰기 일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