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7년에 나온 책입니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의식이 2022년의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와 여전히 그 뜻을 잃지 않고, 돌파합니다. 공부함의 기본, 무엇보다 해석에서 더 나아간 '비평'은 곧 잘 가꾸어지고 솎아지고, 비로소 소소한 삶의 내려앉은 '몸'입니다. 바로 아래 문단에, 뜻과 글의 사잇길이라는 아슬아슬함을 캐치하고 더 나아간 길을 제시하십니다. 그러니, 일독을 권합니다.
문화비평은 문학적이며, 문학적이어야 한다. ...인문학을 표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문화비평의 '비평적' 글쓰기가 그 자신의 신체를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이 굳이 '문화' 비평일 필요가 없다. ...이는 단지 가독성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낮은 자리 속에 정박하려는 미래 인문학적 체질변화와 관련된다. 내가 오랫동안 뜻의 학문(기의중심적 관념론)과 글의 학문(기표중심적 물질론)을 지양하는 사잇길을 택해온 것 역시 체질변화의 문제다. (8)
비평이 이론 이후의 실천이라는 사실에서, 그리고 비평에서의 금기는 무엇보다도 이론들에 휘둘려 언거번거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비평은 곧 타자성의 실천이라는 점이다. 이론들이 흔히 해석의 틀로 기능하고, 해석이 자기차이화의 변증법이자 나르시시즘(동화)의 체계화로 굳어갈 때, 비평은 자신의 몸을 끄-을-며 나아가는 곧 해석 이후의 것이어야 한다. ..비평은 해석과 함꼐 해석을 넘어서는 실천 속에 그 본령이 있다. 그러므로 비평적 진실은 지성과 생활의 지혜의 사잇길을 타는 노릇을 깨치며 그것을 부단히 실천하는 것과 같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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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산책과 자본주의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문화비평서. 산책의 탈자본주의적 창의성, 체계와 무지의 비극적 만남, 거울사회의 페티쉬이자 토템이 되어가고 있는 핸드폰, 배신당한 혁명, 은폐된 용서, 무능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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