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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함께 소소하게 비평 - 爲人之學

다양성이라는 환각 / 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4

by 一理ROASTERS 2023. 5. 10.

다양성, 좋은 말이다. 그러나, 다양성의 사회가 당연한 것이 될 때, 과연 '다양하다', '다채롭다' 말할 수 있는 사회인가? 다채로운 '개성'이라는 게 있긴 한 것인가 의문만 쌓일 뿐이다. 섣불리, 뻔하게 다양성을 앵무새처럼 되뇌이기 전에 찬찬한 '이해'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자기 변명이 아닌, 분투하는 생활로, 세속으로 거슬러 걸을 것!

동시다발적 해석의 복제가 비평의 능사가 아니다. 욕망과 돈의 기분에 따라 갈팡질팡, 언거번거해지는 시대, ... 비평은 차이-체계의 사이비 분법이 전제하는 이데올로기적 환각에 복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비평은 차이가 체계의 알리바이가 되고 체계가 차이를 관용적으로 재생산하는 순환적 공모의 진실을 비판적으로 응시하고 대면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다양성이 아닌 외부성을 가리킨다. 언어를 인지주의적 사용에 제한할 수 없는 것처럼 비평은 어떤 생활의 양식과 연동하며, 필경 다양성의 환각이 무너지는 곳으로 몸을 끄-을-고 나아가는 방식이다. (13)
비평은 다족류의 자기탐닉적 해석이 아니다. '이해는 필연적으로 해석'(가다머)이지만, 해석이 그 자체로 이해인 것은 아니다. 해석은 그 해석의 통일적 자기완결성을 넘어서려는 실존의 수행적 반복 속에서야 비로소 그 해석의 일리一理를 사후적으로 추인하게 될 뿐이다. ...가령 "모든 이론은 그것을 개진한 이론가가 자기,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와 어떻게 싸웠는가 하는 싸움의 기록"(김현)이라고 할 때의 이론이란 곧 비평을 가리킨다. 그래서 비평은 쓴다기보다 오히려 걷는 일이다. 비평은 제 나름의 세계관을 지닌 채 '세속'의 길을 거슬러 걷는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 (14) 

 

 

[중고] 산책과 자본주의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문화비평서. 산책의 탈자본주의적 창의성, 체계와 무지의 비극적 만남, 거울사회의 페티쉬이자 토템이 되어가고 있는 핸드폰, 배신당한 혁명, 은폐된 용서, 무능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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