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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함께 소소하게 비평 - 爲人之學

자폐 그리고 단절의 사회 / 우치다 다쓰루 <어른이 된다는 것> 1

by 一理ROASTERS 2023. 4. 30.

어느 컨텐츠든 댓글보면 가관이다. 댓글을 주로 향유하는 이들이 '젊은 세대' 혹은 '어린 세대'임을 감안하면, 미래가 암담해보이기까지 한다. 댓글끼리 서로 비아냥대며, 서로가 서로를 헐뜯으며 자연적인 지옥이 생성된다. 어쩌다 이런 사태까지 왔는가에 대해 단초를 잡으려, 책을 집어든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故'노무현' 대통령을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그를 조롱하는 행태들을 볼 때, 잘못되도 정말 단단히 잘못됐구나 싶었다. 탐구는 묻지 않고,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 성찰 없는 사회. 미래의 아이들은 괴물일까? 선물일까?

수업을 듣는 걸 그만두는 것은 무척 심각한 일이다. 지식이 몸에 배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뭔가를 배우기' 위한 기본적인 규칙이 몸에 배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를 배우는' 것은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하는 방식'의 설명을 듣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여 주어진 과제에 응용해보고 잘 되지 않을 때는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지적받는 대화적,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행하는, 단지 그것 뿐이다. 그러나 이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설명을 들을 떄는 입을 다물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나중에 생각해낼 수 있도록 (노트 등의 보조 수단을 사용해) 기억한다', '질문은 정확하고 또 간결하게 한다', '집중하고 있는 사람의 방해를 하지 않는다' 등의 기본적인 매너를 자연스럽게 습득해가는 것이다. (21)
초등학교 단계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을 포기하고, '뭔가를 배우는' 방식 그 자체를 배우지 않고 어른이 된 아이는 성장한 후에도 '자신이 모르는 정보, 자신이 습득하지 못한 기술'을 제대로 습득할 수 없다. 대화적,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남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을 수 ㅇ벗다. 남에게 뭔가를 배울 때의 적절한 의례(표면적으로 순순히 복종하는 연기)를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상대에게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이해시킬 수 없다.(22)
...요컨데 그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 잣니이 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알거나, 할 수 있게 되는지 그 '길'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 자신이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양적으로 증대시키는 길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은 초등학생인 채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자아의 프레임워크 안에 텔레비전, 음악, 패션, 컴퓨터 게임, 만화, 섹스, 스포츠에 대한 사소한 정보를 잔뜩 처넣는 것을 '정보 취득'이라고 착각한 채 성장한다.(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