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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되찾아올 '장소' 그것은 책

by 一理ROASTERS 2023. 2. 19.

내가 옳다 하더라도 옳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배워야만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말하고,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 
혹은 동의하지 않는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설령 내가 옳다 해도 배움은 이어져야 합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둘째는 누구든, 그가 옳든 옳지 않든 그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들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의 가치, 내가 이곳에 존재할 권리, 내가 이곳의 일부로 있을 권리를 입증하기 위해 
상대방을 침묵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오늘날 문제 중 상당 부분이 나는 과연 내 이야기를 할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깊은 불안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거의 습관처럼 무시당해 온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승리가 뭔지,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이 뭔지 보여 주겠습니다'라고 선전하는 사람, 
"이렇게만 되면 당신은 안전해질 것입니다"라고 장담하는 사람에게 반응합니다.

<로완 윌리엄스와의 대화> 202, 2023년 발간

 

우리의 인간성이 배움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배움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정의로운 사회, 
올바른 사회는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사회, 
가져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사회겠지요.


<로완 윌리엄스와의 대화> 204, 2023년 발간

우리의 목표는 완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목표는 은총으로, 타자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행동할 수 있고, 관계 맺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습니다.
배움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멋진 점은
배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움은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우리를 확장하는, 우리 바깥을 향하는 활동이지요.
그리고 '나는 더 배워야 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희망, 갈망을 표현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로완 윌리엄스와의 대화> 207, 2023년 발간

 

그동안 아꼈던 단골 가게가 예상치 못하게 폐업하고 땅을 치며 후회한 적이 있으신가요? 이 충격과 슬픔을 두고두고 반추하고 후회하면서, 다시 마음붙이게 된 단골 가게에 바지런히 다니게 됩니다. 네, 다 제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갑자기 폐업한 단골 가게처럼 책은 더 늦기 전에 돌아올 곳입니다. 정신적인 쾌락의 장 혹은 기댈 수 있는 정신적 안식처, 그렇기에 책은 장소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사랑하는 단골 가게처럼, 정신차리면 절판되어 있고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며, 심하면 존재조차 사라지고 잊혀지는 위태한 장소. 그렇기에 부지런히 이용해야하는!

 

여전히, 해악을 주는 책들을 출판하는 이들이 있지만, 편집에 철학을 담아 책을 내는 '비아'같은 출판사도 존재합니다. 이는 소속과 정파를 넘어, '더 나은 인류애'를 위한 작품이지요. 그래서 진부함을 무릅쓰고 '필독서'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스도교 기반이지만, 그리스도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특히 자식을 키우고 계신 분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교육에 대해, 교육이 기다 아니다라고 습관적 비난을 내뱉기 전에 밑바탕을 다져줄 그런 좋은 지침서이자, 나침반같은. 이러한 좋은 방향성과 잘 닦여진 독서의 기반은, 앞으로의 독서 생활과, 소통 생활에 있어 덜 번잡스러운 삶을 살게 합니다.

 

'함께'는 '타인'을 보는 일, '바깥'을 향하는 일이지요. 제가 택한 '일리 공간'이라는 방식은 제 생존 수단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자기 성취 수단이기도 합니다. '커피'에 대한 사랑 및 그로인한 연구는 기본이고, 좋은 맛, 좋은 음악과 하드웨어, 좋은 책을 두어, 소소하게 쉬어가는 장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요. 제 아픈 경험(좋아하는 가게가 폐업했던)을 바탕으로, 제 매장이 그런 공간이 되고 싶어서, 더 나아가 정신적 안식처로 기능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일리 공간의 방향성을 다잡게 됩니다. 공간 운영에 있어서 어떤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가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주춧돌같은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용한 문장처럼, '바깥'을 향하고,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타인'을 향하는, 무엇보다 '나'를 위한, '희망'의 장소입니다. 나름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고고함은 중요합니다만, 그냥 흔한 카페처럼, 흔한 책방처럼, 흔한 오디오룸처럼  '안식처'나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서의 기능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매하시고 두고 두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좋은 책은 그냥 사고,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게 책을 읽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책은 압박감을 이용해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사놓고' 여유로울 때 자신의 리듬에 맞춰 보는 게 제맛입니다. 네, 그렇기에 책은 물건이라기보다는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