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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책, 꼭 과보호해야 하는가?

by 一理ROASTERS 2022. 10. 26.

 

최근에 '호갱구조대'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동네 책방 살려야 됩니다-왜요?>라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조회수도 벌써 50만이고, 댓글만 보더라도 4000개가 넘습니다. 댓글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인식에 대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먼저 든 생각은 '싸늘하다'라는 것입니다.

이 영상의 댓글 및, 영상을 반복해서 볼 수밖에 없었던 게, 제가 현재 책이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심지어 책도 한 달에 많게는 20-30만원 어치 구매를 하기도 합니다.(알** 플래티넘입니다...) 그만큼 책을 많이 사는 편입니다만,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웬만하면 벽돌책을, 그리고 철학, 사회학, 교육학 등의 '이론서' 및 '고전'들을 주로 구매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번역자의 노고와, 출판사의 용기가 담긴 '프로페셔널'한 책들만 사서 그런 거 같은 데, 생각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책의 기준이 '프로페셔널'한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혹은 '프로페셔널'에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 정도를 들여 놓습니다. 즉, 곁에 두고 꾸준히 마주쳐야 할 책들만 사서 그리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근데, 손님들은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에세이'류, '자기계발서'류, '재태크'관련 경제 서적을 전혀 사지 않습니다. '트렌드 분석'에 대한 책도 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서는 이런 책을 주로 읽을 뿐만 아니라, '사서' 읽지 않는다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냥 빌려 읽는 유형이 훨씬 많았던 것이었죠. 이는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직시해야 할 '현실'이었습니다.

 

책 매니아라면 '도서전'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전에는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장이었다면, 이제는 도서전에 가도 가격적 메리트가 없어서 섣불리 가지 않게 됐습니다. 제게 도서전은 좋은 책을 저렴하게 데려오는 장이었으니까요. 도서정가제 이후, 책방들이 많이 생겼습니다만 되려 책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제 매장만 하더라도, 아메리카노가 훨씬 잘 팔립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교보문고의 수익을 보면 처참합니다. 책방의 생리는 2017년 이후 붐이 있었습니다만, 책을 매개로 한 '만남-강연'이 없으면 생존할 수조차 없습니다. 책방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기획사'같은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빨리 지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폐업 수순을 밟지요.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또 책방을 만들고, 이런 수순을 밟고 당연히 망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책방을 만든 이후에도 책을 좋아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을 이유가 없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되려 '상품일 뿐인' 책만 특별 혜택을 받는 게 아니냐고 질타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책방도 '마을사업'으로써 '사랑방'이 되기를, '엔터테인먼트'로 역할을 강요받는 현실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위치한 '대형 기업의 서점'처럼 되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골목'에 위치한 책방은 책으로는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이는 분명한 현실입니다. 

 

'사랑방' 역할을 감당해야만 하는 '정답기를 요구받는 책방'에 비해, 책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도 상반됩니다. 책에 대한 대다수의 인식이 이리 각박한 데, '정다운 책방'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생업이 되어버린 순간, 책은 정이 가지 않습니다. 

 

나름의 구호를 외치자면, '좋은 책'이 있는,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을 확립해가는 '공간'이 되어야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이런 각박한 상황 속에서 책 공간을 유지하는 이유는, '책'에 꽤나 많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방의 과제는 아무래도 '좋은 책'의 기준 확립에 있지 않나라는 당연한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p.s) 책방은 무엇보다 책방 대표의 안목이 빛나는 책 리스트 선정 그리고 많은 이윤이 남을 수 있는 공급가 및 부담되지 않는 판매가 책정 아닌가하는 푸념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게, 좋은 책을 더욱 저렴하게 들여오고, 좋은 책을 저렴하게 파는 것만큼 좋은 판매 전략은 없는 거 같습니다. 네 저는 도서정가제 이전에, 책방에 좋은 책을 굉장히 싸게 공급하고, 판매자인 책방은 좋은 책을 싸게 파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책을 사는 이들은 정해져 있고, 그들이 많은, 다양한 책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게 가격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