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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일상 그리고 패턴

교육의 끝은 소비자 / 김영민 <자본과 영혼> 4

by 一理ROASTERS 2023. 5. 18.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두 가지 절차가 서로 물고 맺는 관계에 기초한다. ...소학과 대학...승당과 입실... 훈육과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시대 교육의 문제를 따질 때 알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앞의 절차가 완벽하게 실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구걸하다시피 숭상하고 농축적으로 시행했던 자율/평등/경쟁의 성과주의 교육은 그간 압축, 생략,억압한 절차가 곪고 왜곡되어 되돌아온 것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학과 승당과 훈육의 완벽한 결락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본주의 시장의 소비자가 되기에 안성맞춤인 체질과 태도를 갖게 만들어놓았다.
...전통과 권위로부터 탈출한 젊은 세대의 해방구는 소비시장일 뿐이었던 것이다. 돈이면 나이와 무관하게 '왕'처럼 대접받을 수 있는 편의점, 백화점같은 세속, 소비가 개성과 자기성취가 되는 세속, '안전한 먹거리 운동'처럼 기껏 소비자 운동이 시민운동의 대세를 이루는 세속, 마침내 추억과 미소와 영혼조차 상품으로 포장된 채 팔리는 세상에서 선생들을 고장난, 그래서 반품 가능한 상품으로 여기게 된 것은 몹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상품의 천국 속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무엇보다 학생이기 이전에 상품을 고르고 사고 사용하는 소비자로 길러져온 것! 아는대로 소비자는 '왕'이니, 대체 누가 감히 왕들을 교육시킬 수 있겠는가?(118-119)

본문이 다하고 있습니다. 저를 구성한 것도 수많은 스승, 선배들의 적정한 훈육 그리고 저의 학습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잘 고르고 단박에 좋은 것을 알아보고 따라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쩔 때는 푹 몰입해야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돈을 직접 벌어 들인 게 아닌, '돈 버는 법'이라는 컨텐츠로 수많은 이들을 홀렸던 이 역시도 누군가에게 훈육과 학습이라는 이유로 '강의'를 개설하고, 수많은 이들이 추종했으며, 결국 '구루'가 되어 '댓글 부대'에 동원됐던 사례가 떠오릅니다. '소비자'는 '왕'인데, '구루'에게 종속당하는 '왕'이라니 아이러니한 현실인 거 같습니다. 김영민 선생님은 '기본'과 '상식'을 말씀하셨습니다만, 선생님의 정론과 최근에 있었던 이슈와 관련해서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소비왕'들 역시 '과욕'에 충성하는 '신도'일 뿐이라는 것을. 이 기괴하고 괴랄하다 말할 수밖에 없는 '구루를 섬기고 지키는 광신도'가 '왕같은 소비자'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