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피 생활의 시작은 가루커피였다. 맥X, 알고 보니 선구주자였다. 노동하고 나서 먹는 얼음 가루 커피는 당분도 보충해주면서 특유의 쌉쌀한 맛이 어우러졌다. 당분이 부족하면 이걸로 보충해왔다.
-그 다음은 편의점 우유와 섞인 커피, 도X루였었나. 왜 기억나는 게 그것밖에 없지 ㅋㅋㅋㅋ 일본 그룹에서 나온 걸텐데, 이름도 싸이월드의 그것과 비슷해서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나 보다. 그것도 비싸다며 일상의 사치재로 먹었던 거 같다. 그리고 네이버 작품 중에 <캬라멜 마끼아또>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런 장르의 커피를 함 먹어봐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후에 대학교 근처에 '카페'가 많이 생겨서 식사 후 카페가는 게 일상화됐다.(일상화라는 말 너무 남발하는 걸 보니, 인문체의 책에 익숙해져버린 탓이겠다.) 그냥 끝나고 카페 신나게 다녔다는 걸로 정리할 수 있겠다.
-아메리카노라는 이상한 커피를 먹는 족속들이 주변에 좀 있었다. 진짜 맛이 없었다. 쓰고 아프고, 더 심한 사람은 에스프레소를 먹는 인간들... 끝까지 이해를 못할 줄 알았는데, 라떼류 커피에서 아메리카노 형식의 커피를 더 선호하게 됐다. 그 강렬함에 반해버렸던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인가? 된장녀-스타벅스 커피와 연장선상에 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백반 가격보다 비싼 가격이라고 언론에서도 열심히 때렸고, 근데 20년이 좀 지난 지금 보니 선구자들이었다. 모든 커피샵들은 스타벅스의 탱킹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사치재와 커피, 그걸 모방하는 분위기가 생겼으니까. 오히려 언론에서 비판하는 것 때문에 궁금해서 더 먹게 됐으니까.
-비판이 역효과로 작용했고, 비판이 지나쳐서 없어진 안타까운 사례 중에 대왕카스테라도 떠오른다.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그 사장님 친절하고 좋았는데... 지금에서야 그런 자정아닌 자정의식이 생기긴 했다만 그때는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한방에 생태계가 작살 날 정도였으니까. 무슨 기자는 기자 정신이냐...
-기자 정신은 무엇인가? 지금은 그런 거 없는 거 같다. 괜찮은 연봉주고, 글쓰게 하면 된다. 그들도 광고 없이, 신문 부수로 먹고 살지 않으며, 신문 이젠 인터넷으로만 보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커피는 문화이다. 커피하면 아무래도 공간이 먼저 떠오른다. 커피를 구매함으로 암묵적으로 공간을 무한정 이용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문화가 공유 오피스라는 사업의 발상지가 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커피하우스의 토론과 친해질 수 있는 사교모임의 장이 활성화되기 보다는 떠들기에는 미안한 장소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다. 커피를 매개로 대화를 이끌어내고, 보험 가입을 이끌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계약 장소이기도 하다. 혹은 상견례 후 뒤풀이 장소가 되기도 한다. 대화하려고 술을 마시려는 분위기에서 커피 마시는 분위기로 바뀌게 됐다. 다방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카페라는 '당당한'/'공적' 공간으로 변모했다. 커피라는 음료수 하나로 바뀐 것일까? 공간이 커피라는 이미지를 그렇게 만들어낸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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