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광화문이라는 상징 즉, '수도'라는 곳에 위치한 교보문고(광화문점)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거대 언론사들도 포진하고 있지요. 언론사와의 접촉성 측면에서도 완벽합니다.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다녀 왔습니다. 없는 것이 없는 광화문, 그리고 제가 봤던 기업형 서점 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서점이지요.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전설의 5만년 된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원목 테이블-카우리 테이블이 상징이라 할 수 있지요. 오늘 직접 만져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카우리 테이블에 원래 크랙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 가물한 데, 크랙이 깊게 패여 있더군요. 안타까우면서도 멋있게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을 느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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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을 운영하다보니, 교보문고의 배선 구조가 눈에 띄더군요. 적재 적소에 눈에 부담가지 않는 조명, 적절하게 몰딩된 모습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조명의 참신함에 있어서 최근에 인테리어가 바뀐 잠실점이 더 고급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는 합니다.(조만간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런데, 전국의 교보문고 중에 먼저 변형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광화문점이지요. 이 틀을 기준으로 다른 지점의 인테리어 설정을 위한 중심축이 되기도 합니다.
이 테이블은 교보문고의 상징과 같은 겁니다. 책도 나무로 만들어지기에 원목 테이블과 서점은 매우 잘 어울립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도 나무 자재를 쓴 디자인이니까요. 취급하는 책, 원목과의 조화를 통해 일관성있는 서점 인테리어라 볼 수 있겠지요. 그 정점을 찍은 게 이 카우리 테이블이구요. 언론에서 이 테이블이 소개되고 나서, 사람들은 이곳에 앉으려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저 역시도 그 유행에 따라가면서, 꼭 앉아보고 싶었구요. 제가 영원히 소장할 수 없는 목재이고, 목재의 운치, 목재의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어요. 이 테이블이 들어온 게 2015년쯤이니, 그때의 풍경과 코로나 시국 이후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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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에는 사람들의 휴식처였었죠. 교보문고 매장 안에 있는 책을 아무런 제지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곳이자, 잠시 잠을 청할 수 있는 그런 곳(물론 눕지는 못하고 엎드릴 수만 있어요 ㅋㅋㅋ) 그리고 손님의 책과, 매장의 책이 카오스적으로 섞여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출판사의 책들이 훼손 가능성에 노출되는 위협의 공간이기도 했구요. 2021년 지금은 매대이자, 전시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매대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모순적인 게, 사람들이 앉는 테이블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인상도 동시에 받기도 했구요. 뭐가 나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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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카우리 테이블이 들어왔을 당시에 교보문고를 들렀을 때는 먼저 카우리 테이블을 찾았던 거 같습니다. 그때의 의자도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카우리 테이블을 먼저 찾지 않습니다. 동선이 바뀌었다는 거죠. 지금은 구경할 새도 없이 제가 사고 싶은 것들 먼저 사고 갑니다. 카우리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또 다른 상품을 딱히 보고 싶지 않거든요. 상품이 배치된 카우리 테이블은 아쉽다는 생각만 듭니다. 사람들이 가득 채워져 앉았을 때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교보문고의 '중심축'이라는 인식은 분명했어요. 지금은 그 중심축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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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역 내부에 위치해있는 최고의 위치를 가진, 굉장한 규모의 교보문고는 '기업'입니다. 이 공간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를 유지하려면 수익을 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카우리 테이블을 매대로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의 위엄은 느끼지 못하는 현재의 카우리 테이블과 과거의 카우리 테이블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됩니다. '위엄'과 '아우라'가 사라지는 것은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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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저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카우리 테이블의 의미 변화를 보면서, 매장의 '중심축'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됩니다. 그전에 북랩 일리는 파란 건물이 상징이자 중심축이었다면, 지금은 새로 들어은 '무명의 얘'라는 원목 테이블이 상징과 중심축이 될 예정입니다. 아, 바테이블이 중심축이기도 하지요! 제가 최근에 원목 테이블을 들여왔기에, 교보문고의 선례를 겹쳐서 느끼려 했지요. 제 매장 내부의 가구들의 위치를 바꾸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만, 무명의 얘라는 테이블이 중심에 위치해 있기에, 찬찬히 그 축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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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심축은 무엇인가요?
매장에 방문할 때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가요?
이는 성찰을 위한 질문이 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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