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공간 단상에 편입시켰습니다. 매장 운영에 직격타를 날린 코로나19가 작렬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이 올 줄 몰랐습니다. 꽤 문명화된 세상에서 바이러스라니! 장장 2년 동안 괴롭히고 있네요. 마스크를 안썼던 개업 때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2년동안 마스크와 함께 살다보니, 제 입술과 코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잠시 있다가 물러갈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심지어 그때는 전염병이 있다 하더라도 마스크가 필수인 세상이 아니였습니다. 가끔씩 마스크 벗은 제 얼굴이 낯설어질 정도로요.
결국 전 지구적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백신이었는데요. 사실 코로나19라고 불리기 이전에는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쌩뚱맞은(지극히 개인 취향입니다.) 이름보다는 원산지가 분명한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는 게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세계 흐름이라니 일단은 스킵하도록 하지요.
백신이 우여곡절 끝에 나왔습니다. 언론에서도 불신을 조장합니다. 물론 급작스럽게 나온 백신에 신뢰가 크게 가지 않는 건 당연한 인간의 심리입니다만, 언론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지요. 아스트라제네카 관련해서, 아스트라제네카를 불신하며 화이자를 왜 들여오지 않느냐에 대한 이야기, 화이자는 불안하다며 모더나를 들여놓으라는 이야기, 모더나를 들여왔는데 부작용이 강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맞읍시다.... 등등 이 이야기가 한 언론사에서 다뤘다면 믿겠습니까? 언론들의 일관성없는 보도, 자극적인 보도도 한 몫 했습니다. 티비도 없어서, 뉴스를 가족끼리 시청하는 문화는 이제 없어졌습니다만,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기사들은 '뭐 어쩌라는 건데'라는 인식만 새겨주었습니다. 오히려 뉴스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백신 문제 뿐 아닙니다. 감염자 관리와 보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맥주 펍, 유흥업소(?)가 폐쇄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에 있어서도, 메이저 언론들은 양면전술을 쓰더군요. 식당에서 퍼지니 식당을 막아야 한다라는 입장과, 식당을 막으면 자영업자 다 죽어난다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미칠 노릇입니다. 하나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하셨습니다. 조금은 살 거 같다 싶다가도, 여전히 뉴스만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작년 초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지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리단길, --로수길은 사람이 붐빕니다. 한참 경고했었던 작년 초에도 그랬구요. 잘되는 곳은 항상 잘되고(그마저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피해보기도 하지만요), 안되는 곳은 꾸준히 안되는 양극화가 뚜렷해졌습니다. 애매한 규모의 카페들은 배달 전문점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구요. 모임을 위주로 하는 책방들도 위태로워진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다수의 사장님들이 2차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매장의 생존을 위해서요. 모든 매장은 언제든 백신확산지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난 경보 메시지에 매장 이름이 나올 때마다, 저 사장님 어떡하지라는 염려마저 생깁니다.
무엇보다 미치겠는 건, 돌파 감염이라는 신박한 개념입니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에 걸리는 겁니다. 더더욱 미치겠는 건, 백신 후유증입니다. 지금은 또 부스터샷이 등장합니다. 굉장히 허탈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해결이 안되니 새로운 것이 계속 나타나는 지독한 바이러스의 시대입니다. 이게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독하네요. 저 백신 2차까지 맞아서 안심했는 데, 갑자기 또 불안해집니다. 힐링받고 싶은 데, 힐링 스님은 풀소유 스님으로 이미 풀피 스님이었습니다. 좀처럼 위로받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악물고, 같이 견뎌봅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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