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를 사는 나름의 기준을 고민하려 글로 남깁니다. 즉, 어떤 기준을 확정하고 공표하는 느낌이 아닌, 지름신이 강림하기를 절제하려는 고민의 흔적입니다. 맹금류를 좋아합니다. 근데, 맹금류를 검색하다보면 야생동물보호센터가 나옵니다. 맹금류는 생각보다 약한 친구들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 멋진 녀석들이 어이없게 다치고, 자연에 복귀가 불가능하다면 안락사당한다고 합니다..... 아, 이게 아니였지...
독수리보다는 매를, 부엉이보다는 올빼미를 좋아합니다. 둘 다 둥글둥글하잖아요. 근데, 맹금류 가챠나 피규어를 찾기가 너무 힘듭니다. 해외직구까지 할 정도로 열정이 있지도, 여유가 있지도 않으니까요. 그래서 국내에서 파는 곳들을 샅샅히 뒤져서 얼마 남지 않은 피규어를 꾸역꾸역 삽니다. 피규어의 세계를 조금 발만 담가봤는 데, 보이는 것은 '시즌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때만 구할 수 있는 피규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괜찮은 가챠샵이 보이면 바로 사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것이죠.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포켓몬스터 몬코레(몬스터콜렉션) 시리즈라는 게 있습니다. 모든 대형마트에 세팅되어 있는 그거 맞아요. 그것도 시즌제입니다. 작년에 샀던 메가리자몽X, Y ESP 시리즈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습니다. 재작년까지는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구할 수 없습니다. 시즌제였거든요. 지금은 더 작은 버전의 메가리자몽X,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약 5,900원하는 이 피규어는 도색 상태가 극명하게 나뉘어서, 잘 보고 사야합니다. 여튼 몬코레 시리즈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메타그로스와 갸라도스는 그 퀄리티가 정말 떨어집니다. 꼼꼼하게 살펴서 사야합니다. 지나치게 잘 나온 게 있고, 지나치게 허술한 게 섞여 있거든요.
가챠샵도 집 주변에 있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도 덩달아들었습니다. 가까이서 시즌별 변화를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틈날 때마다 방문하면서요. 특히 교보문고에서 취급하는 가챠들도 주의면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중에 주목하는 것은 타카라토미 사의 <새들의 세계> 시리즈와 카이요도 사의 <캡슐q 뮤지엄> 시리즈입니다. 생물 피규어를 취급하는 곳이 잘 없다는 사실도 금방 깨닫게 됐죠. 공룡 시리즈는 어린이들을 위해 많이 취급하긴 합니다만, 야생 동물들 취급하는 회사를 찾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찾은 게 컬렉타 시리즈와 파포 시리즈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없지만, 네이버스토어에 검색하면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퀄리티로 잘 나옵니다. 그런 피규어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생물과 합이 맞는지 살펴보는 재미, 성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피규어 구매는 어떤 종류의 귀여움을, 어떤 종류의 동물을, 어떤 종류의 괴수를,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추구하는지 중간점검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억눌린 욕망을 파악할 수 있는 '토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봐요. 한정판 구매 그런 것도 재테크가 되긴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형태에 유혹되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는 감응의 지름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동함을 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의 흐름을 살피고, 지르는 것! 무엇보다도 경제적 상한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규어.... 결국 자기를 살피는 과정입니다. 책과 마찬가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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