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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 공간空間의 말/일리一理, 영감 출처

학교와 학원

by 一理ROASTERS 2021. 6. 3.

이 책이 학교와 학원이라는 공간과 무슨 상관있냐면,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제 몸의 흔적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둘에 새겨진 몸의 흔적은 공간이 되겠지요. 결국 이는 일리와 제 몸과의 상관이 있다는 겁니다. 둘이 새겨진 제 욕망을 들여다보실 수 있을 겁니다.

특이하죠? 학교와 학원에 대한 사진은 없고, 웬 책이냐 광고냐? 앞광고도 뒷광고도 아닙니다. 내돈내산입니다 ㅠ 광고 받고 싶은데, 북랩 일리라는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가 본 책, 제가 맘에 드는 책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그래도 광고받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농담이구요. 요점은 이렇습니다. 북랩 일리는 제 불만족으로부터 나온 공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게 익숙해지고 오랫동안 콤플렉스를 심어주는 요소가 교육이었습니다. 엄밀히 규정하자면 입시 제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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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은 책으로는 권재원 선생님의 <교육 그 자체>입니다. 입시 제도때문에 읽지 못했던 교육에 대한 '담론'입니다. 결국 입시 제도를 교육이라 착각하며 살았던 기간이 길었던것이었죠. 이는 제 게으름과도 연관됩니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바꾸려 하지 않고 불평불만을 배출하기 바빴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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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책 제목부터 자극적이죠. 저자는 <단단한 영어 공부>라는 외국어 공부에 대한 정론을 다룬 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김성우 선생님엄기호 선생님의 대담집입니다. 사실 이 책은 기획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둘을 모셔온 기획자가 있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다듬기란 무척 빡세고 내상을 입고 외상(?)을 입은 고통의 작품이라는 것이 바로 보이더라구요. 저도 비슷한 일을 했었으니까요. 동병상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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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개념은 리터러시입니다. 읽고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문해력으로 정의해요. 어떤 행위와 이해 능력과도 관련된 복잡한 개념입니다. 사실 우리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글밖에 없어요. 왜냐면 다른 표현 수단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결국 말, 글밖에 없다는 것이죠. 책을 왜 읽어야 하냐는 말에는 우리에게는 표현 수단이 글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결국, 책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우리가 단박에 이해가능하고 가까운 것은 글이거든요. 카톡과 문자하는 게 익숙한 거 보면 우리는 적어도 소통가능한 문장력은 갖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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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책을 읽는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게 마냥 어렵게 다가옵니다. 저는 그 장벽을 '평가' 중심의 입시 제도가 제게 정신적 외상처럼, 기둥에 묶인 새끼 코끼리처럼, 읽기에 대해 가스라이팅 당해온 것일지도 몰라요. 심하게 말하자면, 글은 어렵고 따분한 것이라는 그루밍... 일상 생활에 없으면 안될 글이 이토록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공/사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대학교를 다 마친 지금에서야 비로소 제 문제가 되었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왜 글이 어려운지, 책이 여전히 우리와 먼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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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읽기 위해서는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하고, 좋은 글과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도 사교육에서도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는 않았어요.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죄를 묻자면 부모님이 될 수 있고, 더 큰 원죄는 자기 소신없이 부모님을 따라다녔던 자기 자신이 될수도 있겠지요. '환경'과 '문화' 조성이 이토록 어렵습니다. 저희한테는 좋은 대학 입학이 그토록 중요했고, 입학한 친구들을 부러워했거든요. 30대가 훌쩍 넘은 지금도 심하지는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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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중요한 건 글에 대한 관심입니다. 같이 읽는 글, 소장하는 글, 만져볼 수 있는 글, 글에 반응하는 글 등등등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일기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제 게으름으로 글을 벼리지 않았지요. 학교 선생님들도 당시 최선을 다하셨고, 학원 선생님들도 그에 맞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들을 나쁜 사람 취급하면 안되지요. 그 환경에 물들어버린 제 자신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제서야 평가에 쫄았던 제 자신을 조금은 극복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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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발상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제 몸의 공간도 그에 맞춰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조금은 한 숨 돌릴 수 있고, 글이 친숙해진 공간, 글에 반응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스스로의 일상을 성찰하는, 그럴듯한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글이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평가받지 않는 글, 그러나 다른 사람이 읽기에 편한 글을 쓸 수 있는 글의 공방, 이론으로 벼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글은 애초부터 '공동체적' 함의가 있습니다. 읽히기 위해 쓰여지거든요.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합니다. 사뿐히 편히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