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움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말초 신경을 즉흥적으로 자극하는. 단순한. 심플한. 아기자기한. 혹은 인스타그램적으로 힙한(?). 즉, 이미지와 음향과 단순한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지요. 혹은 의외로 엘레강스함과 힙함도 쉬움의 차원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신기해서 다가가기에 편하거든요. 과거의 유물, 페이스북은 활자가 중점이 되었기에, 몰락하고 이후 인스타그램으로 지금은 조금 더 말초적인 느낌의 유튜브 숏/틱톡이라는 장르 그리고 이어진 유튜버와 틱토커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겼지요.
글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의도가 명확한, 단문의 글이 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에둘러 돌아가는 글보다는,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글을 쉬운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들은 보통은 탄탄하지 않지요. 이런 이미지가 연결되어 떠오릅니다.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것과, '섹시'라는 키워드에 맞게 말초 신경을 본능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어쨌든 피드에 많이 뜨기 쉬운 컨텐츠입니다. 그러한 쉽고 즉흥적인 것을 찾는 우리가 있기에, 그런 피드들이 가득차 있고, 여기에 편승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요.
북랩 일리에는 쉬운 책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책이 어떻게 쉬울 수 있지 싶을 겁니다. 쉬운 책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동화 만화가 있겠지만, 사실 두 장르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연을 이야기하는 장르들이 많습니다. 고통과 기쁨, 일상 생활의 통찰이 '에둘러' 비유한 작품이 동화와 만화이지요. 보통은 책이 먼저, 이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가령 '나무 심는 사람'이 그런 작품이지요. 지금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입니다. 동화인데도 말이죠.
북랩 일리는 '어렵고, 심오한 사상가'라는 편견을 깨는 쉬운 개론서들이 가득합니다. 편견은 무서운 겁니다. 좋은 데, 다가가기 불가하게 격리시켜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상가를 접하기 '쉽게', 이들 이름이 어디에든 있으며 그렇기에 매장을 빠져 나올 때 이들의 이름을 쉽게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쉬운 책들이 있는 곳이지요. '쉽다'는 포커스를 사상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면에서, 사상가의 허들을 낮추기 쉽게 만드는 연구라는 의미에서 LAB(Laboratory, 연구소)'의 이름을 지었지요.
쉬운 책하믄, 소설이라든가 공감테마의 에세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만. 허들을 낮춘다는 측면과, 일상 속에 한 번씩 떠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쉬움'도 있겠지요. 글을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쉽지 않아졌는 데, 이런 지점을 잡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요. 쉬움의 다양한 측면, 쉬움의 다양성... 죄송합니다. 그래도 뇌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즉흥적인 쉬움이란, 사실 성인이 되서는 존재하지 않지요. 그런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쉬움을 포착해서 마케팅하는 것도 현대 사회에서는 쉬움을 의도한 고도의 작업이기도 하지요.
아 이 글은 쉽게 씌여진 글입니다. 쉽게 읽으실 수 있어요.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물으신다면, 세상에는 다양한 쉬움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쉬움이라는 결이 무척이나 어렵지요. 쉬움을 그려내기 위한 어려움들, 복잡함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쉬움은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북랩 일리는 책의 숲으로 안내하는 좋은 안내서들이 많습니다. 결국 헤매고, 미로에 담뿍 빠져야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어야만 합니다. 모든 쉬움은 결국 깊음으로 유도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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