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리一理, 공간空間의 말/일리一理, 이용 설명서

일리 오너라: 일리 로스터스의 위치에 대한 고찰

by 一理ROASTERS 2021. 11. 3.

언덕 위의 파란 책방, 북랩 일리입니다. 책방이면서, 로스터리이면서, 스피커 타워가 있는 다채로운 매장이지요.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니까 영 어색하네요.

위의 제목은 "이리 오너라"/"북랩 일리 owner"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재 개그였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을 담고 있는 언어유희왕입니다. 즉, 일리로 오는 길과, 그 길에 이르는 손님들에게 북랩 일리 오너로서 이 동네를 소개를 목적으로 쓰는 글입니다. 

 

북랩 일리로 오는 길은 소위 말하는 역세권! 걸어서 5~7분이면 8, 9호선이 뚫린 석촌역에 가닿습니다. 8호선 송파역도 마찬가지로 가닿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들여서 걸으면 이 동네의 핫플 송리단길, 석촌호수, 잠실역에 가닿을 수 있지요. 놀 것이 많은 동네라는 겁니다. 특히 석촌호수 앞은 최첨단 기술과 아름답고 트렌디한 인테리어,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메뉴판 등등 컨텐츠로 무장한 공간의 최전선입니다. 저도 지나가면서, 감동받을 정도로요.

 

제가 속한 북랩 일리는 조금 더 한적한 송파공방거리(드링킹 드로잉 대표님이 추진하고 계시는)에 위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랩 일리에 도달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언덕 위'에 있다는 겁니다.(라고 합리화를 해봅니다1) 체력이 있을 때야 아무렇지 않게 가닿을 수 있습니다만, 다들 지쳐서 여기에 도달합니다. 너무 감사하지요. 체력과 시간을 내서 북랩 일리로 찾아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 제게 굉장한 기쁨입니다.

또한 북랩 일리에 도달하기까지 머물기 좋은 카페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라고 합리화해봅니다2) 정확히 송파공방거리의 중심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라고 합리화해봅니다3) 바깥 쪽에 있는 멋진 카페들을 포기하고, 그들을 뚫고 올만한 메리트가 무엇이 갖춰야 할지 성찰하게 됐습니다. 


공간이 필요없어진 시대가 도래한 거 같았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들어서고 난 이후에, 동네에는 라이더들의 오토바이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역설적인 사실은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배달만 시켜먹는 시대가 될 줄 알았습니다만, 아름다운 카페들도 코로나 시기에 엄청 많이 생기더라구요.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멀리서부터 끌어모으는 매력을 가진 카페들이 생겨났습니다. 카페(?) 비스무리한 매장을 운영하는 저로서도 그곳에 시간을 들여서 달려갈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저는 카페 인테리어가 다양하지만, 비슷한 패턴을 읽게 됩니다. 카페 한 곳에 자연풍경도 담고 있으며, 사이버펑크한 혁신을 구현되어 있습니다. 굳이 해외에 안나가도 될 정도로 압도되는 카페들이 우리나라에 충분히 많아진 거 같습니다. 세계 어떤 공연장이나 테마, 그런 곳보다 훨씬 웅장합니다. 압도되는 인테리어를 한 카페에 가면 압도되어 돌아옵니다. 그런데, 너무 압도되는 인테리어로 구성된 카페가 많아서 그런지, 지치기도 합니다. 압도됩니다만, 결국 손님이 차지하는 것은 1인용 테이블일 뿐입니다. 결국 혼자서 박혀 있는 카페인데, 카운터 쪽에만 서성이지 않는 한, 압도되는 경험이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압도되는 공간일수록, 사람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느낌이 듭니다.


공간은 그냥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기획자가 있고, 그것을 잘 다듬어주는 장인이 있어야 공간이 비로소 디자인이 됩니다. 공간이 그 자체가 인간의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간이 말합니다. 공간에 압도되면 자연스레 지갑이 열립니다. 어느 정도의 사람들의 로망을 구현해낸 '최소한의 사치'라도 구현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북랩 일리는 다채로운 공간입니다. 북랩이라는 이름을 맨 위에 위치시킬만큼, 책에 대한 경의가 지나치며, 애정하며, 집착이 광적인 곳입니다. 이쯤되면 병이지요. 책을 방치하는 북 카페이고 싶지 않아, 저항적 의미를 담아 북랩, 실험실이라는 이름을 구축했습니다. 각각의 책들이 중요하고, 뭉쳐진 책들도 종잡을 수 없는 의미를 주고는 하니까요. 그렇다고 엄청 긴장하며 올 필요 없습니다. 그냥 오시면 됩니다. 차별하지 않는 곳, 북랩 일리입니다!


책을 궁리하는 곳이기에, 화려한, 맛있는 디저트 하나 없습니다만 대표가 좋은 원두를 직접 볶습니다. 스페셜티/싱글 오리진 커피를 내려 드립니다. 커피에도 공을 들여 놓았거든요. 커피와 책은 궁합이 좋습니다.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로스터리입니다! 아, 그리고 커피를 고르실 때, 제가 먼저 여쭈어 봅니다. 커피 맛을 논할 수 있는 인간이 있지요. 

또한, 책의 가능성. 하나의 책, 분야별 책, 대표가 큐레이팅한 책이 주는 무형의 의미를 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쓸 수 있는 필기구들을 갖춰놓아 순간의 영감을 포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 공간을 갖추려 지금도 궁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상황을 대비해, 함께 책 모임(다른 이름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을 구현할 원목 테이블도 장만해버렸지요. 

 

북랩 일리는 언덕 위를 돌파해올만한 매력이 차고 넘치는 곳입니다.

각자가 가진 서고의 병기창을 확장시키는,

본인이 가진 一理를 발견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