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뻔한 그 말 '공교육/학교가 문제다', '학교를 혁신해야 한다'입니다. 이제는 교육 제도의 영향권에 속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어, 영향권에 속해 있을 때의 절박함은 잊혀진지 오래입니다만, 그래도 교육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영향권에서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기억 및 몸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시급한 교육문제는 학생들의 '인성/도덕성 악화'와 '교육비 부담'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중학교는 완전 무상교육, 고등학교도 거의 무상교육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체제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공교육이 교육비 부담을 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 불만의 대상은 공교육이 아니라 결국 사교육비입니다. ...즉 교육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를 교육 문제로 꼽은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논리도 나옵니다. '학교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니 부족한 공부를 채우려고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라는 논리죠. (19~22)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현직 선생인 친구나, 형의 말을 들으면 환경은 굉장히 좋아졌다 합니다. 그때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좋은 선생이 된 지인들에게서 들으니, 제 안에 있던 교육에 대한 적개심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나 다시금 성찰하게 됩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섣부른 문제'에 휩쓸리지 말고, '논점'부터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아픈 기억 때문에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자고요. 그때의 악질 선생들은 이제 은퇴했고, 현실 기반을 올바로 인식하는데서부터 '정확한 논점'이 나올테니까요.
사람은 성장기 기억에 지배당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성장기에 가장 강렬한 기억의 공장이었던 학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남깁니다. ...하지만 그건 당시 내가 다녔던 학교이지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고, 그때의 선생님들이지 지금의 선생님들이 아닙니다. 학교에 대해, 공교육에 대해 무엇인가 말하려면 우선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직시해야 합니다. 전해듣거나 넘겨짚지 말고 말입니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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