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는 복잡하지만, 강자와 약자는 어느 때든지 있어 왔습니다. 지금이 사회는 아래와 같이 운영됩니다. '상호지원 시스템'이라는 거죠. 그걸 위해, 공무원이 정치인이 있습니다. 공공성의 개략적이되 주된 특성은 '강자'와 '약자'의 불공평한 규칙에 있지요.
상호지원 시스템이라는 것은 강자에게는 지원해야 할 의무가, 약자에게는 지원받을 권리가 있다는 '불공평한' 규칙에 따라 운영됩니다. 개인 노력의 성과는 개인 앞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한다, 모두가 내놓은 것들을 일단 모으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이것이 상호지원의 규칙입니다. 그래서 능력이 있고 가치 있는 물건을 공동체에 많이 가져온 사람은 준 것보다 적게 받고 사회적 능력이 낮은 사람은 준 것보다 많이 받습니다. (44)
그런데 말입니다. 이러한 체제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로, 이는 정치 구호로 악용됩니다. 선거 기간 때는 가관이지요. 특히나 젊은 정치인들이 아래와 같은 구호를 외치곤 합니다. 이는 '보수'의 기치이기도 합니다. 오롯이 내가 취득한 것에 있어서는, 오롯이 자기만의 것이라는 구호이지요. 많은 이들이 이런 구호에 열광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세금이 타인에게 가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강자가 아닌 이들이 강자에게 열광하는 기이한 광경을 자주 보곤 합니다. 특히, 언론사 기사 댓글에서 뚜렷이 나타나지요. 요약하자면 아래 인용구와 같이 '개인만의 재능과 노력'의 문제로 귀결시켜 버리곤 합니다. 이 책은 2016년도에 번역됐지만, 되려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30-40대 젊은 보수 정치인들에게서 이런 구호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사회생활이 순조로울 때는 분명히 누구의 지원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으면 어쩐지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 제 앞가림은 스스로 하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내 노력의 성과는 내 것이다. 뭣 하러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하는가'하고 핏대를 세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분명히 그 말은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능력 있으면 많이 얻고 능력이 없으면 적게 얻기 마련이다, 많이 버는 것은 재능과 노력의 결과이므로 많은 것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노력하라고, 그런 논리에 따라 기초생활보호 수급자는 '사회보장의 무임승차자'라고 매도하는 정치인도 있으며, 그 말에 박수를 쏟아내는 사람들도 많았고요.(45)
강자는 이용하고, 약자는 이용당합니다. 중간자는 약자 따위 보지 않습니다. 스스로 강자가 되기 위해, 강자의 의견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우치다 선생님의 말마따나, 지금이 평화롭고 풍요롭기 때문이라는 데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서로 잘 살려고, 평화와 풍요를 이뤘지만 되려 강자가 자기의 것을 더 지키려 한다니요. 제가 10대 때, 공부의 요령이 없을 때, 성적이 안 좋게 나왔다는 이유로 우습게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성적'의 우열로 '존재'가 결정됐던 시절이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이를 따르지 않았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만, 다들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줄세웠습니다. 그들이 지금 경제 활동을 하는 주류층이 되어 있습니다. 좀 끔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노인이 됐을 때, 사회 지도층이 되었을 때 그들이 만들어갈 사회가, 그리고 이를 답습할 미래 세대가.
하지만 약자에게 그만큼 잔인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세상이 그만큼 평화롭고 풍요롭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이런 소리를 내는 '노인들'은 소비자 마인드와 시장 원리를 깊숙이 내면화한 탓에 최소한의 학습 노력, 노동 노력으로 성과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경쟁을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 나이를 먹고 늙어서 노인이 될 겁니다. ...그때는 '어른이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릴 것이며, 더 이상 안전하지도 풍요롭지도 않겠지요.(46)
'일리一理-읽기 > 일상 그리고 패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체, 몸 그리고 직관력에 대해 / 우치다 다쓰루 <소통하는 신체>1 (0) | 2023.05.11 |
---|---|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 권재원 <안녕하십니까, 학교입니다> 2 (0) | 2023.05.10 |
이상보다는 현실 / 우치다 다쓰루 <어른 없는 사회> 1 (0) | 2023.05.04 |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 우치다 다쓰루 <어른이 된다는 것> 2 (0) | 2023.05.03 |
학부모의 철칙 / 권재원 <안녕하십니까, 학교입니다> 1 (0) | 2023.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