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보다는 소소하게 상식적인 사회를 꿈꿨지만, 그마저도 어려웠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없고, 아프되 상흔을 남기지 않고 병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직장 내에선 도전하고 '분투'하지 말 것. 그건 자기 만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 부정의라는 거창한 단어는 사실 작은 곳에서부터 발생한다. 부정의한 사회는 의외로 소소한 상태에서 정신에 침투하고, 자기의 경제적 연명터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기에.
이상을 꿈꾸지 않고 눈앞에 있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개혁을 '피스밀'적인 개혁(카를 포퍼)라고 합니다. 피스밀적인 개혁을 말하는 까닭은 이상은 비현실이지만, 사회 문제는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도 있습니다. 또 내가 그 문제의 당사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제도가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있지만, 이상사회에서 만인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제가 '보수'인 것은 한꺼번에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안고 있는 리스크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리버럴'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것은, 사회적 부정의를 고쳐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 길만이 유일해"라고 주장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궁리나 제안을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들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판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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