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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일상 그리고 패턴

학부모의 철칙 / 권재원 <안녕하십니까, 학교입니다> 1

by 一理ROASTERS 2023. 5. 2.

학창 시절, 어머니께서는 늘 두려워하셨다. 모두들 다니는 학원을 다녀야 하는 데, 어떤 학원이 좋은지 모르셨던 터다. 그래서 당시 성과를 못내면 체벌이 가해지는, 그리고 깜지 할당량을 채우는 '스파르타' 학원이 유행했기에, 그곳에 등록했다. 역설적으로 이해할 때까지 몸을 움직이는(깜지) 방식은, 타락(?)하여 쓰는 데만 급급한 숙제로 전락해버렸다. 그 당시에 타락한 관습이 스무 살 넘어 이어져버려, 그 습관을 탈피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어머니께서도 힘드셨겠지만, 뭐가 좋은 건지 알 수 없는 당사자는 미칠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받은 학원 수업보다 그 수준이 떨어졌던 시절이기도 하다.(그도 그럴 것이 '밑줄'만 치다가 수업이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국어에서 문학을 공부했을 때는 상징과 비유를 암기하는 데 그쳤다) 소수의 좋은 선생님과, 다수의 지쳐버린 선생님들이 공존했던 학창 시절이었다. 

이후, 등장했던 방식 중의 하나는 '자기주도적' 학습이었다. 둘 모두, 언론의 부추김(?)이 있는 데, 트렌드가 극단적으로 변화했다. 둘 다 불안하고, 위태로웠는데, 적어도 스스로의 리듬과 감각과 직관을 파악하기에는 '자기주도적' 학습 실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물론 그 당시에 딴짓 안하고, 인터넷 강의를 계획적으로 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긴 했지마 말이다. 

학창 시절은 끝이 아니었다. 과분한 자유와 선택의 홍수 속에 놓인 20대 대학 시절에는 십대 때의 관성을 여전히 이어나갔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전공 관련 업종을 선택하고 나서 비로소 탐구 생활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당시의 선생님들의 수준과 지금 내 나이 때(30대 중반)의 선생이 자리잡은 지금 교육 수준이 어떨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어렸을 때의 편협한 기준으로 지금까지 적용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이런 성찰이 있고 나서, 나는 비로소 스스로 궁리하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로서 불안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편안한 길, 다른 하나는 어려운 길입니다. 편안한 길은 진위 여부를 떠나 일단 내 마음을 안정시킬 만한 분명한 답을 듣는 것입니다. 어려운 길은 공부하고 탐구하는 것입니다. ...편안한 길은 '~카더라'를 믿는 길입니다. 철학적 정당화와 과학적 증명을 거친 것이 아니라 별다른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반면에 교육학/학습심리학/인지과학 스터디 같은 것이 결성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들 쉬운 길만 찾습니다. (13)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대로 아는 겁니다. 제대로 아는 것은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게 아니라 앎에 이르는 과정, 즉 공부와 탐구를 통해 아는 것입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불안은 무섭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카더라가 아니라 무엇을 듣고 믿어야 할까요? 아주 가까운 곳에 진짜 교육학을 공부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들입니다. ...학교 교사들은 정식 교육학을 공부하고 해마다 수백명씩 그것도 해당 연령의 학생들만 계속 교육한, 즉 이론과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입니다. (15)
학부모가 된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두 번째 사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불안과 초조함을 일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10대 시절의 사춘기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냥 부모가 아니라 공부하는 학부모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 공부는 홀로 하는 게 아니라 자녀와 함께, 교사와 함께, 그리고 다른 학부모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학부모 시기는 자녀와 함께 학부모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