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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 로스터리, Coffee/카페라는 공간, 커피라는 문화

기기 거치대로써 카페 / 데이비드 건켈 <리믹솔로지에 대하여> +

by 一理ROASTERS 2023. 6. 4.

바야흐로 리믹스의 시대입니다. 한 감각만으로만 만족하지 않는 고객들, 그리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감각 매체를 활용하는 리믹스를 통해, 기존의 형식이 변화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기술이 발전되고, 그리고 기술이 우리 손 안에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기존 형식은 진화(?)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웹툰도 채색 어시스트를 따로 씁니다. 화면이 발전하면서, 연출할 수 있는 색감들도 증가했기 때문이지요. 고객들의 만족감을 더하기 위해, 플랫폼의 기술적용과 작가/감독들의 노력도 덩달아 증가하게 됩니다. '전통적'이기만 해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게 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잘나갔던 작가들은 도태되거나, 겨우 몇몇의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습니다. 

가령 만화'책'은 사라져가고, '웹툰'이 남았습니다. 만화책이 유지되는 것은 교육목적의 만화책 아니, 교육교재만 살아남게 되겠지요. 인기 있는 웹툰들이 출판되기도 합니다만, 팬층의 구매만 있을 뿐 더 확장되지는 못할 겁니다. 결국에는 푼돈이라는 것이지요. 웹툰 작가들과 웹툰 플랫폼과의 수익분배가 어찌되는지는 아는 바 하나 없지만, 적어도 작가들이 순위에 신경쓰는 것을 볼 때, '경쟁'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확실하지요. 네이버 웹툰에서 주목하고 있는 형식이 있습니다. 바로 배경음악이 들어가는 웹툰과, 애니메이션같이 스크롤(이거 역시 고대의 책에서 명명된 형식입니다)이 내려갈 때, 모션이 재생되는 웹툰을 기억합니다. 다채로운 색감을 연출하는 재생기기가 있고, 시각적인 만족감은 당연하고, 심지어 청각적인 만족감도 엄청납니다. 눈과 귀, 더 나아가 스크롤을 움직이는 촉각까지에 이르른 것이죠.

웹툰 뿐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시기를 풍미했던 명반들은 영화에서 재생됩니다. 무엇보다 극장 시스템의 다수의 스피커를 활용한 상태로 말이죠. 또한 돌비 애트모스라는 기술이 접목되면서, '소리'로 '방향성'까지 생기면서, '소리'는 진화하게 됐습니다. 음악은 진작부터 더 이상 음악만 감상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영화의 구성품이 되었지요. 그렇기에 영화가 잘되는 것과 OST 앨범 판매량과 비례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음악 그 자체를 기억하기보다는, 영화에 나온 음악으로 기억하게 되는 시대로 전환되었습니다. 

책은 그보다 더 느렸습니다. 넷플릭스같은 '구독제 영상 플랫폼'이 생기고, 대형 포털 매체에서 '웹툰-웹노벨(소설)' 플랫폼이 생긴 한참 후에야 구독제가 생겼으며, 그마저도 기존 종이로 만든 소설책, 베스트셀러 작가를 이용한 '구독'이 세련됐다는 마케팅을 했고, 여러 애서가들의 공분을 샀지요. 그리고 '오디오북'같이, 유명 성우와 유명 배우를 활용해, 박진감 넘치게 소설을 '듣고 보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물론 소수의 작품만 보급됐지만요. 

더 나아가 리믹스는 상호 플랫폼에 이식됩니다. 잘나갔던 소설들은 영화로, 드라마로, 애니메이션으로, 만화로 이식됩니다. 잘나갔던 웹툰도 '영화화'되는 일은 굉장히 흔해졌구요. 그러나 잘나갔던 웹툰, 영화-드라마는 '소설화'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리믹스된 거라면, 영화 대본이 출판되는 경우겠지요. 혹은 영상 매체에 잠시 등장한 책 혹은 영상 예능에서 연예인이 보고 있던 책이 불현듯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라든가. 종이책으로 먼저 나온 작품들은 점점 밀려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씁쓸하게 보이지만, 당연한 추세라는 생각마저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의 발전으로, 당연했던 데스크탑 컴퓨터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노트북이 이제는 데스크탑 컴퓨터만큼의 성능은 물론, 휴대성까지 갖추고 있으니까요. 한 손에 온전히 담기는, 행복이라니! 이런 시대에서 카페와 책방은 '화려하게' 진화했습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맞춰서요. 그렇기에 핫플레이스에만 사람이 몰리는 기묘한 시대가 됐습니다. 마치, 동화나 영화의 한 장면과 비슷한 공간을 꾸미게 됐습니다. 맛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공간을 다루는 인테리어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이는 코로나 기간 때에도, 핫플레이스는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삽시간에 사라졌구요. 


네, 카페 혹은 책방의 현주소를 기록하고자, 앞서 길다면 길게, 짧다면 짧게 시대상을 분석했습니다. 한 손 안의 작은 화면으로 행복을 얻어낸 시대,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카페와 책방은 '동화'이거나, '영화'여야하는 '다감각적인 만족'을 주는 곳이 되어야 하겠지요. 집은 피곤함을 해소해주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된 현실. 동시에, 핸드폰에서 살아내는 시대, 더 나아가 결국 핸드폰이라는 거울로 회귀하는 시대. 공간 체험은 사진으로 환원되고, 더 만족을 주는 사진을 얻으려 부지런히 영화와 동화 속을 헤맬 겁니다. 그렇기에 현 시대의 카페 혹은 책방은 한 손의 만족을 위한 '핸드폰 거치대' 혹은 '노트북/태블릿 거치대'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 손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으로 충분한 시대, 그리고 핸드폰에 돌아와 서식하는 시대니까요.

 

장소란 ... 오랜 시간에 걸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형성되어야만 하고
그들의 애정으로 스케일과 그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L.Brett <Parameters and Images>, 140

 

"무장소성이 커뮤니케이션의 발달,
이동성과 모방의 증가로 인해
비슷해 보이는 경관을 구성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인간과 장소의 공통적이고
평균적인 성격에만
관심을 갖는 태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에드워드 렐프 <장소와 장소상실>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