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은 우리의 삶입니다. 인간은 결국 주변 인간들과 환경의 흔적입니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마자, 지식의 활용 즉, 지식의 편집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꽂아 두기 위해 지르는 제 자신의 습관도 한 몫했습니다. 바로 연관 도서에 대한 문제입니다. 서로 어떻게 연관되고, 어떻게 중첩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아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읽을 때는 그렇구나 느끼다가, 책을 덮으면 백지가 되어 버리는 마법의 연관성이라니...
물론 기억이 아예 안나는 것은 아닙니다. 파편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요. 다시 읽으면 그 파편이 다시 보이거든요. 즉, 지식은 뇌 속에 혹은 몸과 어우러져 파편-편집적으로 구성됩니다. 묵혀 있다 연관되는 지식, 그것이 편집된 지식-혹은 개똥철학이 됩니다. 모든 것이 지식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하나의 파편으로 남아 있는 편집된 기억-편집된 지식-그걸 활용한 지식의 재생산이라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접한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은 김정운 작가의 <에디톨로지>라는 책이었습니다. 근데 보다 변태적으로 다소 촘촘한 논의가 담긴 책을 원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작가 마쓰오카 세이고입니다. 책은 그 책만 읽고, 처리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분의 책을 읽으면서 '책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책은 서재를 구성함으로 의미를 얻습니다. 제 간증(?)을 해보자면, 너무 책이 많아서 쌓을 곳이 없어 방치된 책은 '북랩 일리'에서 책장에 배치됨으로 새로운 의미가 생깁니다. 책등을 보는 것만으로 호기심이 생기고, 다시 서재를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편집의 과정이지요.
저는 마쓰오카 세이고 님의 '편집'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의 패턴을 긍정하게 됐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 책도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또한 책을 모으다 보면, 쓸모없는 책들도 자연스레 걸러지고 책들의 정원을 만들어나가는 편집의 길로 나아갑니다. 지식은 끊임없이 연결됩니다. 서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장을 찾고 꽂고, 버리고, 연결하는 자신 만의 편집 체계를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한 권만 가져오지 말고 큰 독서대를 통해 여러 권을 세팅해봅시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을 찾고, 편집-정제된 솔직한 독서 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
덧: 북랩 일리에서는 꾸준히 책이 들어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의 체계를 구성해나가나는 것, 여러분들의 지식 체계를 공유하는 기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기 위한 책이 적습니다. 같이 숲을 형성해나가는 독자 생활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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