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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 북-랩Book-Laboratory

수능이 전부는 아니다(수능을 바라보는 시점)

by 一理ROASTERS 2021. 11. 20.

1. 수능의 인간론적 차원

수능이라는 시험은 대학 입시 제도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단지 대학 입학 시 평가 자료로 활용됩니다. 그렇기에 인간으로서의 우열을 나누는 게 아니지요. 대학 입시에만 국한된 시험이니까요. 수능은 우생학적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분류하자면 그렇지요. 그래서 수능을 잘 치웠든, 망쳤든 본인의 인간적인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어쩔 수 없는 학력지상주의 사회라 기저 무의식에 대학으로 사람의 존재를 '높고 낮음'으로 평가합니다. 그러지 말자고 해도, 무의식은 알아서 평가가 끝나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조차도 여기에 벗어나지 못합니다. 즉, 수능 더 나아가 어디 대학을 나왔느냐가 내 자신의 인간적 가치와도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수능에 목을 메는 것은 당연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국가부터 모든 직장인의 출근 시간을 늦춰줄 정도의 국가적 대행사니까요. 

 

2. 대학이라는 강박

대학이라는 기관 자체는 원칙적으로 '교육 기관'입니다만, 권력 기관입니다. 사실은 대학에 입학할 때, 어떤 학풍을 고려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학'을 해보지 않은 이가 어찌 '학풍'을 짐작조차 할 수 있긴 하겠습니까? 그래서 학풍조차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학풍으로 '더/덜 나은' 것으로 대학을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이들의 선택지는 학풍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지 않고, 여기의 학풍이 전부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됩니다. 즉, 학풍으로 선택해야 하는 대학이 학풍으로 선택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취업 대기소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대학을 선택할 때, 사실 아무 것도 모르고 선택합니다. 나의 개성이 담길 수가 않지요. 사실 개성이라는 게 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유튜버들 역시, 어떤 흐름에 맞게 '--코인'에 편승해야만 조회수가 나오니까요. 오롯이 언론과 부모님,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을 선택할 뿐입니다. 모든 선택이 모두 소신껏 선택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 선택의 이유는 보통 '타의'에서 기인합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데, 대학을 이미 선택하고 생각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설령 유망한 학과가 있어도 코로나 19 사태를 예견한 이가 없었듯, 해당 유망학과가 미래에도 유망학과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유망학과라는 말에 혹해서 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가령 제가 수능을 볼 당시에는 심리학과가 유망학과였지만, 지금도 유망학과입니다. 당시 심리학과에 들어가서, 심리관련업종을 선택한 이들은 박봉에 시달리거나, 심리학 이외에 업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처럼요. 

 

3. 수능은 교육과 동일어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 시즌입니다. 다들 교육 공약을 들고 나옵니다만, 교육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옵니다. 수시의 비중을 줄이겠다. 정시의 비중을 높이겠다 등등의 이야기입니다. 다들 '평가 수단'을 '교육'으로 국한해버려서 나오는 오류입니다. 우리의 교육이 중요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교육 제도의 전부는 아닐진대, 자식을 생각함에 있어서 정시-수시라는 틀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제도는 누구나 따라야할 불가항력적인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당장 눈에 들어오는 '입학'에만 목을 메는 것이죠.

즉, 종국적으로는 헛소리입니다. 당장 적용되지는 않을테니까요. 또한 그들의 공약이 고작 그들의 임기 내에 통과된다 하더라도, 결국 그 제도가 적용되는 것은 그들이 퇴임하고 나서의 이야기입니다. 즉 당장의 공약이 무쓸모하다는 것이죠. 잊혀질 때쯤에 적용될 뿐인데 말이죠. 교육 제도하면,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돕는 국가적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그런 부분의 교육 그 자체에 대한 논의와 고찰은 없고, 그를 현실화할 교육 제도에 대한 고민은 더더욱 없고, 대학 입시에만 눈을 멀게 하는 이들은 걸러야 제맛입니다.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어떤 것이 교육인지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의 당사자는 '수험생'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위해 포괄적인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4. 그럼에도 수험생들은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나라만의 세리머니, 고생했고, 수험표 할인까지 가능해서 놀기 좋게 만드는 전 사회적 이벤트이지요. 해방입니다!!! 작년과는 달리, 위드 코로나라 더 놀기 좋아졌구요. 그래도 LATTE는 말입니다. 마스크 안쓰고 놀았어요. 수능 세 번 봐서 세 번 놀았어요.....ㅠㅠㅠ 또한 축하드립니다. 더 이상 수능 따위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제는 본인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성인에 맞는 고민거리가 생길 겁니다. 이미 끝난 일이니, 즐기고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배워나가면 되니까요. 고생 많으셨고, 열심히 노십시오. 끝난 지금이 가장 놀기에 완벽한 시간입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