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본다는 것은 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입니다. 대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입니다. 대학원 라떼는(?) 말야, 굳이 안가도 됐습니다만 지금 어느 정도 필수 코스이자 만회 코스로 자리잡은 거 같습니다. 대학원까지는 너무나 먼 이야기겠지만, 오늘의 책 테마는 수능 직후 읽을 책을 테마로 잡았습니다. 즉, 대학교를 진학할 이들, 현재 고3(곧 대학생 혹은 N수 대기생 포함), 현재 수능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여전히 미련과 후련함 사이에 있는 성인들 모두를 위한 글입니다.
수능끝나면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처음 수능을 볼 당시에 원하는 대학을 가지는 못했고, 지방거점국립대를 다녔습니다. 근데, 행복했어요. 도서관-독서실-집-학원-학교라는 패턴에서 해방된 느낌이었거든요. 오후에 수업이 있으면 늦잠을 자도되는, 시간표를 선배의 도움으로 짜기는 하지만, 결국 제가 스스로 '결정'하는 낯선 체험을 하게 됩니다. 또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빚쟁이가 되어버립니다. 학자금 대출이라는 것을 받아버리게 되거든요. 대학생이 되는 것은 부모님 그늘에서 살 수밖에 없는 급식충(?)에서 빚쟁이로 변신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원하는 대학-원하는 과에 들어가면 다 된 줄 알았습니다. 사실 원하는 대학-원하는 과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굉장히 축복받고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근데요. 반전이 있습니다. 원하는 과가 배우다 보니,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거든요. 근데 그걸 알아채는 기간도 빠르면 1년, 적절하게 2년, 늦으면 대학교 졸업할 때쯤 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즉, 대학 재학 생활이라는 것은 원하는 과가 알아가다보니 원하는 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기간인 것이죠.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회라는 정글로 떠날 준비를 하는 곳이며, 맞지 않는 과에 트라우마가 생겨 떠나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설픈 연애를 하느라, 연인을 떠나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초중고 시절의 친구들과도 본격적으로 떠나 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들 연애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장학금 받으려 공부에 올인하느라 바쁘거든요. 서로의 각자 자리로 '떠나보내는' 과정인 것입니다.
대학은 평생의 독서 습관을 형성할 기반을 닦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전공으로 엮인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평생의 독서 습관은 본인이 터한 '과'로부터 비롯됩니다. 그 과가 떠나고 싶은 반감인지, 그 과에 대한 학문에 흥미가 강화되는지 호감인지 결국에는 과라는 터에 기반합니다. 즉, '전문적'인 책읽기의 기반이 형성되는 곳이지요. 만약 이곳에서 독서 취향을 형성해내지 못한다면, 언론사에서 추천한, 북튜버가 추천한, 출판사의 마케팅에 휘말려 책을 강요받게 되겠지요. 또한 이렇게 형성된 독서습관은 삶의 지향을 형성하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날 기반을 형성합니다. 굳이 대학 내에서나, 소개팅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본인의 배우자 혹은 연인이 어때야 한다는 지향이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결론입니다. 대학을 간다는 것은 자기를 형성하는 곳입니다. 과가 곧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결부되는 곳입니다. 또한 사랑을 배우는 곳입니다. 그 연애가 질척거리든, 씨씨를 해서 군 입대를 하든, 전과를 하든, 자퇴를 하든 결국 거쳐야할 과정인 것이죠. 부딪치면서 사랑을 배워야겠습니다. 또한 그 사랑은 연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기가 속한 전문 영역에 대한 사랑 즉, 학문함의 길에 도달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의 방식이 찐득하게 천착하는 일이니, 학문함도 마찬가지겠지요. 학문함의 길, 연인을 지향하는 길 그 기회의 장으로서의 대학을 추억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선정한 책들입니다. 테마는 학문함과 사랑함에 대한 책들입니다. 자기만의 학문함, 자기만의 사랑함을 익혀가는 데 좋은 책들입니다. 더 나아가 자기만의 학문함과 사랑함이 사회로 확장되는 교두보가 될 훌륭한 서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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