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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독자, 외동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독서 인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름 책방을 열었는 데, 다들 책을 보지 않고 커피만 사먹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가게를 이렇게 지탱할 수 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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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주제가 다소 겹칠 수도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책' 그 자체를 다루고자 합니다. 책도 결국 독자가 있어야 의미가 생기기에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주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은 인간의 작품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요. 모든 상품 자체가 모두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고,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를 위하면서 이익을 취할까에 있어서 전방위적 고민을 한 결과, 소비자인 우리는 그래도 편리한 생활을 영위해나갑니다.
저는 책 소개를 합니다. 그런데 책보다,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 기억날 수 있습니다. 블로그+SNS를 연결시켜서요. 일종의 매체를 통과해야만 어떤 책을 소개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매체(블로그, 인스타, 페북 등등)를 제공하는 대형 포털의 존재로 인해, 모두가 책을 편하게 소개할/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매체가 더 편해짐에 따라 역설적으로 그런 매체들이 책보다 더 커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런 시대에 책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그런 난점이 있습니다. 책을 우연히 만나는 것보다 책을 소개하면서 내 채널의 구독자수를 불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거 같습니다. 책에 대한 경의보다는 책을 통해 내 자신의 비지니스를 위해 활용된다는 점에서, 책을 막다루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소개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즉, 책이 좋은 건지, 책을 소개하고 있는 스피커가 좋은 건지 분간이 안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제가 책을 소개할 때, 우선시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책의 '존재'입니다. 어떤 책이 좋은가, 어떤 취향인가를 묻기도 전에 책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책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 시급한 거 같다는 문제의식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랜시간 책방에 쳐박혀서, 도서관에 쳐박혀서, 대형 서점에 쳐박혀서 발견한 저자, 흥미로운 제목의 책, 책의 재질, 표지 등등 독특한 책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버리고 또 구매하는 과정을 거쳐서 작은 정원을 형성할 정도의 책을 모으게 됐지요. 그런데요. 이건 보편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소수의 매니아(저는 매니아에도 끼지는 못합니다만...)들만의 취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큰 난점은 30대인 저도 책이 좋아지는 과정이 '우연'에 가까웠습니다. 찐따같은 나에서 잘되는 나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서에 꽂혔던 때도 있고, 인문학 붐이 일 때도 인문학으로 잘되는 나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던 시절도 있었더랬습니다. 군대에서 할 거 없어서 닥치는대로 읽은(사실, 눈으로 훑은) 책들도 있지요. 독해력이 좋은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입시=공부로 오해하면서 자라왔던 세대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도 동화책->교과서->두꺼운 교재로 옮겨 갑니다. 그런데요. 읽은 게 아닙니다. IMF의 엄혹한 시절, 책의 소비를 권장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그런데요. 그 프로그램이 책을 읽는 독자를 늘렸다기보다는,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을 뿐이지 독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책을 갖고 있는다고, 책을 산다고 해서 독자가 되지 않습니다. 해당 책을 읽어야만 비로소 독자입니다.
그래서 책 그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가? 10대, 20대, 그리고 현재 책방 자영업자로서 하는 의미가 또 다릅니다. 책을 처음부터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매체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애에 있어서도 첫인상이 중요한데, 책이라는 인상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버겁게 다가옵니다. 어렸을 때, 책을 '독후감'이라는 과제를 통해서 접하게 되거든요. 과제가 되니, 과제 자체도 짜증이 나는 데, 엉뚱한 책에 화풀이하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되지요. 이는 책을 활성화시키려다 되려 책이 멀어져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튜브가 없없던 시대에도 그럴진데, 유튜브가 일상화된 지금에서는 책이 훨씬 더 멀어진 거 같습니다. 저 같아도 쉴 때 유튭을 봅니다. 책은 공이 많이 들어서.... 아, 이렇게 쓰다 보니까 제가 문제였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글을 마무리짓습니다. 그만치 책은 먼 존재입니다. 어떻게 가까운 '존재'를 만들 수 있을지, 그게 제 과제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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