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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 북-랩Book-Laboratory

잔소리(3) - 책을 사기에 망설여지는 이유?

by 一理ROASTERS 2021. 12. 21.

저는 설명충이라, 포인트 잡을 곳을 말씀드리자면 책의 두께에 주목할 것을 권합니다. 오늘 주제와도 맞닿거든요.

책은 보통 비싸다는 이미지입니다. 괜히 돈주고 사기 아까운 그런 존재? 이는 상품이라기보다는 공공재라는 느낌이 강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요 출판사에서 판매 목적으로 만듭니다. 즉, 책은 상품입니다. 그래서 책이라는 상품에도 불구하고, 단지 유흥처럼 손만 타다 출판사에 반송되거나 버려지기도 합니다. 상품이 아닌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책을 굳이 사야하나라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네에는 그래도 도서관이 있어서, 그런 부분의 선입견을 더 강화시키는 거 같습니다. 어떤 취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하지만 대다수의 책은 앞의 해제(?)나 요약 파트가 있어서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남의 리뷰나, 서점가서 혹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서문 정도는 나와 있으니까요. 그것만 읽어도 내용을 다 알았다는 착각, 또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책이 영상화된 부분에 너무 의존하는 제 자신의 문제도 있습니다.

 

책은 저렴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노동과 협업의 결정체이니까요. 무형의 느낌 혹은 영감을 글로 번역해낸, 그리고 표지 디자인-이미지로 담아낸 대형(?)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건 책을 질러본 사람들만이, 혹은 출판업계사람들만이 아는 '비밀'같은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만치 노동의 강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있게 보지는 않기에, 여전히 비싸보입니다. 

 

어찌보면 버리지 않는 전제 아래, 오래동안 묵혀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에 매겨진 가격 대에 비해 효율적이기까지 합니다. 어떤 사상가의 전집을 들여놓으면 평생을 볼 수 있습니다. 평생의 콜렉숀이 되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 있어서는 몇년을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존재이기까지합니다. 

 

근데 너무 버거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목적을 갖고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굳센 마음을 먹어야 하니까요. 저희(30~60대 연령대)는 어렸을 때부터 즉각적으로 끝장까지 덮어냄으로 책을 정복(?)하려는 마음가짐을 배워왔습니다. 책을 살 때도 정복할 책만 사야한다는 의견에 물들어버렸습니다. 정복의 강박이 있었을 때, 버겁다는 이유 그렇기에 구매가 꺼려지기도 합니다. 책을 사는 일 자체에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혹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독자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구독자 찾기가 쉽죠.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유튜브를 보니까요. 또한 얇은 책도 있고, 표준(?)의 책도 있고, 벽돌책도 있습니다만, 그런 거 따질 것없이 모두 어렵습니다. 위에서 말한 선입견들이 크게 작용합니다. 두께 차이도 있겠지만, 장르 차이도 있겠지요. 얇은 책이지만 여러번 곱씹어야 하는 장르들이 있습니다. 인문-철학-사회학 계통의 책들이 그렇지요. 표준 사이즈 책의 다른 장르의 도서가 훨씬 읽기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 장르라든가(그래도 '시'는 읽기 하드한 작업입니다,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라는 이미지가 발달하기도 했고요. 이건 다음에 다룰게요.) 장르 소설들은 쉽게 읽을 수 있지요. 그래서 정복하는 맛도, 읽는 맛도 쏠쏠하기도 하고 보람마저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책을 구매하는 일, 읽는 일은 확실히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합리화를 하기 쉬운 물질, 책이라는 물질입니다. 얇은 책인데 왜이리 비싸냐, 두꺼운 책인데 왜이리 비싸냐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또한 차라리 빌려보고 말지라는 이야기도 흔하죠. 그리고 퇴근 후, 책읽기가 버겁기에 굳이 읽지 않을 것을 왜사는가라는 합리적인 합리화도 뒤따라나옵니다. 범람하는 책의 홍수 속에 어떤 책을 사야할지 막막하다는 느낌도 한몫하는 거 같습니다. 이래 저래 책을 사야할 이유보다는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먼저 떠오른다는 게, 책의 생태계 형성에 있어서 가장 거대한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런데 답은 간단합니다. 책은 일단 사고 나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읽든 읽지 않든, 책장에 꽂고, 그동안 산 책들간의 케미를 지켜보는 것부터 하다보면, 무슨 책을 살지 읽을지 알 수 있거든요. 순식간에 변하는 세계에서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보이지만, 결국 세계를 보는 일 역시 한 걸음 물러나고 숨을 골라야 볼 수 있는 것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