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리一理-읽기/일상 그리고 패턴

당연했던 토론, 당연했던 통합은 어디가고

by 一理ROASTERS 2022. 3. 5.

우리는 늘 선택합니다. 무한한 선택이라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듯, '제한'됐기에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지요. 또한 잘 선택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거쳐야만 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고놈이 고놈이다라고 묻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수장이란 무엇인가', '언론은 무엇인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은 무엇인가' 등의 포괄적인 문제가 겹쳐 골치가 아픈 순간, 바로 선거입니다.

 

2022년 3월 4일 그리고 5일. 한 국가의 수장을 선출하는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당일에만 했었는데, '사전투표'라는 혁신적인 제도가 생기면서 신분증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너무도 익숙한 투표이지만, 이 익숙함이 익숙해질 때까지 수많은 희생, 논쟁, 분쟁 등의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끼리 옹기종기모여, 학창시절부터 '토론회'를 같이 보곤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논리정연하고 국민의 팍팍한 삶에 대한 공감도 있었고, 정면을 바라보며, 후보자들끼리의 아이투아이를 카메라와의 시선처리를 잘 해가며 토론하는 광경이 익숙했습니다. 티비에 비춰진 후보들의 모습이 가식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거북하게 다가온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후보자들은 당내 경쟁 과정에서의 수많은 토론을 거치며, 수많은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공식 후보'가 됩니다. 즉, 당에서 '선출'된 후보들이 올라올 수 있다는 겁니다. 검증의 검증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선택합니다. 검증되고 검증된 후보의 면면을요. 우리는 잘 선택해야 합니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하나의 투표와 하나의 선출이 지금을 사는 우리 뿐 아니라, 미래 세대들의 삶도 엮여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투표를 해야할 것입니다. 

 

정치는 삶의 구석 구석에 이미 자리잡아 있습니다. 한 순간의 쇼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일상 구석 구석에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 하면 가족이 싸우고, 형제자매남매가 싸웁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쉬쉬하게 되는 영역, 정치입니다. 원래 정치는 사람이 합니다. 그러니 정치인을 주제로 대화하는 일이 흔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 곳, '언론'입니다. 보통 정치 이야기를 할 때, 신문 기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나눕니다. 종이 신문은 줄어가지만, 스마트폰으로 오히려 더 많이 봅니다. 기사 내용은 보통 정책이 다뤄지지 않고, 후보들의 의혹들을 다루고, 그 기사들을 토대로 토론회가 이뤄집니다. 그때부타 토론회가 아닌 국정 감사(?)가 되버립니다.

 

무엇보다 토론은 일상 생활의 당연함이었지만, 기묘한 광경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론회를 인질삼아 '협상'의 대상이 되는 기묘한 상황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토론'이라는 가치가 진영을 가르지 않는 공평한 수단이었지만, 토론과 말을 중요시하고 그것 때문에 수많은 지지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러니,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라는 이분법 속에서 여전히 이런 키워드가 조회수가 높은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이런 대결 정치가 피곤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 선택하는 것은 저런 이분법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합이 아닌 분열이 더 적극적인 사회가 된 것만 같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적-아군의 이분법을 부추기는 정치라니요.... 같이 살아가는 정치가 됐으면 합니다. 평범하게, 피곤하지 않고, 일상 생활을 평화롭게 영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책장을 '민주주의'로 세팅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투표하러 갑니다.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