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 선생님을 선택해본 적이 없다. 선생님을 선택하는 법에 대해서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뭘 알아야 선생을 선택할 수 있기에 그래서 선배들이 추천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학점 평가를 후하게 주는지 아니면, 강의를 잘하는지, 과제가 과중한지라는 핵심 기준으로 강사를 선택하게 된다. 돌아보면, 과제를 적게 주는, 점수를 후하게 주는 이가 과연 좋은 강사일 수는 있지만, 선생이긴 할까요? 좋은 선생의 기준은 그러면 무엇인가? 우치다 선생의 말을 들어보자.
'선생님은 훌륭하다'나 '스승은 있다'는 일종의 신앙고백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나는 신을 믿는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신과 달리 눈에 보이는 어떤 사람을 두고는 "그 사람 어디가 스승다운 거야.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꽤 많습니다. 스승의 어디가 스승다운지를 일일이 열거해서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은 논리적인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선생님은 훌륭하다'는 신앙이나 연애와 비슷합니다. 그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결정적인 사건입니다. 누구한테나 훌륭한 선생,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훌륭한 선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0)
필자도 선생 복은 있었던 삶을 살아 왔다. 누구보다도 좋은 선생들을 많이 만났었다. 하지만, 그 선생들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일면 공감을 하면서도, 공감이 되지 않는게, '신앙'과는 다르고, '연애'랑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존중'해주는 감각,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알게 해주고, '공부함'의 길을 열어주는 '대문'같은 존재들이었다.
훌륭한 선생 즉, 스승이란 이상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만 훌륭한 선생'입니다. 그것은 격한 배움으로의 기동력을 가져옵니다. ...'선생님은 훌륭하다'를 무엇보다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것은 "그 선생님 밑에서 배운 내가 이렇게 훌륭한 어른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사실입니다. 자기 자신의 지적 성장과 감성적 성숙을 통해서만 '선생님은 훌륭하다'는 언명의 진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이 성장한다는 바로 그 사실에 의해 과거 나의 언명이 옳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겁니다. (11)
또 위와 같은 문장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가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배려를 궁리하고 좋은 응대를 고민하고 실천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스승이 좋은 스승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증명할 자격이 생긴 게 아닌가, 자부하게 된다. 아직은 살아계신 선생님/스승님들이기에 부족한 점에 대해, 바로 여쭤보고 고민이 생길 때, 정돈해서 여쭈어보는 감각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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