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정신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세상'을 지향하는 정신 문화적 추동력이다. 그것은 삶의 근원적 의미와 가치에 정신과 태도의 최종심급을 두려는 노력의 과정이며 그 성과다. 그것은 모든 앎의 권리 원천이 삶이며, 따라서 앎이 그 생명력과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삶으로 수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념하는 정신이며 이를 구체화시키는 실천이다. 그러므로 그 정신은 삼의 구체와 복잡 그리고 역사의 흐름이 만드는 깊이와 그 妙에 늘 민감하게 응대하려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인간다움, 삶의 자연스러움과 그 진정성 그리고 모듬살이를 위한 합리성의 전통을 창발적으로 계승하며, 그 내실을 지금에 맞게 가꾸는 정신이다. ...지식인의 경우, 그 녀력은 현실과 언어의 괴리를 메우려는 구체적인 지략과 용기며, 삶과 앎 사이, 글과 뜻 사이의 소통과 공조를 현실화하려는 담론의 생간과 그 실천인 것이다. (56)
'인문학'이 한때 잘 팔리는 분야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반짝 유행하면서, 온갖 해설서들이 난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문학 도서들이 '경전'에 기댄 '자기계발서'였을 뿐, '인문 정신'에 대한 정의는 없었지요. 물론 발굴하고 탐독하다보면, 귀한 책은 있습니다만 제가 찾은 '인문학' 홍수에서 건져낸 책은 이 책입니다. 앎과 삶, 그 간극을 메우는 일, 무엇보다 '사람의 세상'을 일구는 정신문화적 추동력. 제가 만난 책 중에, '인문 정신'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지남이 되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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