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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일상 그리고 패턴

작은 책방이라는 역설

by 一理ROASTERS 2021. 7. 22.

책방에는 매대가 있습니다. 요즘 소규모 책방들은 각 개성이 뚜렷해서, 관문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책 간의 연계가 잘 되어 있는작은 책방들이 많아서 그렇죠. 각 동네 별 책방이 생겨서, 다양한 장르에 맞춰서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컴팩트하기에 집중력있게 고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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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책방들이 각자 내세우는 게 다르다보니 어차피 검색어를 들고 알아본 다음에 방문하기 때문에, 동네에서 알아보기 보다는 바깥에서 우회로로 방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책방은 인스타그램 매체나, 맵 등록 없이는 방문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조사가 있어야 비로소 방문할 수 있어요. 발품팔아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책방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책방은 인스타그램 시대에 그런 역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동네에서 책방을 알기 보다는 다른 채널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인터넷 없이 책방은 살 수 없습니다. 마냥 걷기만 해서 찾을 수 없으니까요. 책방을 찾는 수고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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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은 도서정가제로부터 나온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도서정가제 이전에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저렴하게' 풀리는 책들이 있었고, 국제도서전이 열리면 소위 떨이 가격에 좋은 책을 들여올 수 있으니까요. 저도 북랩을 운영한다지만 이런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런 수단을 적극활용했습니다. 근데 도서정가제가 법제화되고 나서는 이런 구매는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의미있는 소비가 가능해졌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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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은 저자와의 만남을 적극 추진하는 이벤트 공간이 됐습니다. 책을 쓰게 된 이유와, 독자와의 소통이 가능해진 중개자로서 역할을 한 것이지요. 책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책을 매개로 이벤트를 구성하든가, 책의 저자를 통한 '야사'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요. 근데, 이거 동네 자체에서 추진되기 보다는 SNS를 통한 홍보없이는 마감되지 않아요. 동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재미있는 지점이지요. 간혹 가다가 동네분들이 오시기도 합니다만, '간혹'이라는 표현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신청이 주를 이루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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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책방을 방문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을 써야하는 이 아이러니. 작은 책방이 활발해진 시대의 독특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 책방 비판글 아닙니다. 식당도 마찬가지니까요. 눈에 들어오는 곳을 선택하기 보다는 리뷰가 있는, 혹은 많은 곳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 덕택에 블로그, SNS 마케팅은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이지요. 저는 이 현상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좋은 독자들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 열정이 있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현상이니까요. 유튜브 시대에 책은 망할까요? 컴퓨터 트는 에너지가 아까워,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시대에 책은 망할까요? 안 망할 거 같습니다. 시대에 맞춰가는 거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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