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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一理-읽기/책 그리고 패턴

텍스트 그리고 몸 / 우치다 다쓰루 <소통하는 신체> 3

by 一理ROASTERS 2023. 6. 4.

 

범상한 텍스트라는 것은 신체성이 없는 텍스트라는 말이 됩니다. 메시지가 선명하고 멋진 말들이 정연하게 쓰여 있는데도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책이 있습니다. 알기 쉽게 쓰여 있고 그 책이 말하고 있는 것에 토 달 것이 없지만 책을 덮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책이 있지요. 그 책은 '신체'가 없는 것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쓴 것이 아니라 머리로만 쓴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신체로 읽게 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로 읽게 될 뿐입니다. 머리로 쓴 텍스트는 그것을 쓰는 사람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자신의 신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잘라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신체와 뇌의 회로를 어딘가에서 끊어버리고 쓰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깔끔하고 분명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저함이나 수줍음이 없는 것이지요. 망설인다거나 입 속에서 우물거린다거나 머뭇거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서성거린다거나 그런 것이 전혀 없지만, 그 대신 그것을 읽는 사람의 신체에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94~95)

일리 로스터스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그런 텍스트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하나라도 허투루 책을 들여 놓지 않습니다. 텍스트와 신체에 감응을 주는 책을 기민하게 들여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