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를 찾아라" 마치 9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윌리를 찾아라"와 비슷한 어감입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과 환경의 부산물입니다. 그 부산물을 출력하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인간론'이라는 거푸집을 제작해봅니다. 더 나아가, 그 부산물이 출력됐을 때 그것을 '일리一理'라고 부릅니다. 인간 안에 꿍쳐둔 생각만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아요? 대화할 때도 그렇잖아요. 내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라고 많은 변명을 창조해냅니다만, 원래 인간사가 의도대로 되지 않고, 설령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더라도 그것을 악용해서 가스라이팅하는 경우가 꽤 빈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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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만으로 되지 않기에, 생각을 상황과 환경의 부산물을 출력하기 위한 툴을 모아보았습니다. 필기구와 문방구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핫트랙스에 가서, 인터넷 검색을 부단히 하며 결국 선택한 것은 네이비색 도구보관함(?)입니다. 알고 보니 학용품의 강대국 일본의 펜코라는 회사에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소형도 있지만, 생각을 전개하기에는 적정 사이즈의 노트를 담기 좋은 보관함(펜-트레이, 데스크오거나이저, 펜꽂이함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더군요)을 찾았는 데 선택지가 꽤나 줄어들덥니다. 싸지는 않습니다. 엔화로도 1000엔, 핫트랙스에서 구입할 때는 15000원을 들였습니다.
같이 동봉되어 있는 저 노트는 '라이프앤피시즈'라는 회사에서 만든 노트입니다. 굉장히 깔끔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어했던 노트 형식이 저런 형식이었는 데, 제가 참신하다고 했던 생각은 결국 생각으로 그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누군가가 생각한 진부한 아이디어에 불과했더라는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노트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다루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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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오늘 사서 세팅을 했으니, 제가 부단히 써보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대체할지 말지, 혹은 확정해서 확장시킬지 시도해보려 합니다. 책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두뇌-마음-손-노트-펜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일리가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아니, 완성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집니다. 복잡한 카오스모스를 그려나가는 일리 툴을 완성시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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