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커피, 커피와 책의 상관관계4/ 시간들의 축적
책 그리고 커피는 시간과 밀접합니다. 커피 체리에서 생두로의 시간, 그리고 생두를 로스팅하고 원두로 갖춰지며, 숙성되는 시간이 합해집니다. 또한 브루잉할 때의 시간마저 합쳐집니다. 수많은 시간의 합이 축적되어, 마실 때도 마찬가지로 한 숨을 돌리며 찬찬히 식혀가며 드시면, 맛이 훨씬 좋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이 나올 때에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출판사에서 저자를 선정할 때, 혹은 외서번역이 들어갈 때,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들을 선택합니다. 무엇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장 읽을 책보다는, 사놓은 책에서 잘 갖춰진 책들과의 합을 통해, 책들끼리의 묵혀진 시간이 합쳐져, 비로소 책이 선택됩니다. 비로소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서재 속 책들과의 관계가 형성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요. 더 나아..
2023. 5. 3.
학부모의 철칙 / 권재원 <안녕하십니까, 학교입니다> 1
학창 시절, 어머니께서는 늘 두려워하셨다. 모두들 다니는 학원을 다녀야 하는 데, 어떤 학원이 좋은지 모르셨던 터다. 그래서 당시 성과를 못내면 체벌이 가해지는, 그리고 깜지 할당량을 채우는 '스파르타' 학원이 유행했기에, 그곳에 등록했다. 역설적으로 이해할 때까지 몸을 움직이는(깜지) 방식은, 타락(?)하여 쓰는 데만 급급한 숙제로 전락해버렸다. 그 당시에 타락한 관습이 스무 살 넘어 이어져버려, 그 습관을 탈피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어머니께서도 힘드셨겠지만, 뭐가 좋은 건지 알 수 없는 당사자는 미칠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받은 학원 수업보다 그 수준이 떨어졌던 시절이기도 하다.(그도 그럴 것이 '밑줄'만 치다가 수업이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국어에서 문학을 공부..
2023. 5. 2.
이론Theory을 다룰 것 /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3
공부함에 있어서, 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사회가 좀처럼 좀먹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의 기득권에게 마이크(매체의 주목)가 쥐어지기 때문이고, 물들어가는 한심한 개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할 필요가 없고, 풍경만큼은 깔끔하고, 결핍 하나 없이 평화로우니까. 풍경에 가려진 것들을 보려 하지 않기에. 이론을 배우는 것은 (그 경험적 비용과 감가상각에도 불구하고) 느낌의 너머로, 감각의 너머로, 상상(직관)의 너머로 나아가 실제에 박진하기 위해서다. 이런 뜻에서 이론을 배우고 그 뜻ㅇ르 적용하는 것은, 修行의 과정에서 에고를 넘어가려는 실천과 닮았다. 무릇 좋은 이론이란, 개인이 자신의 경험역(經驗域)에 빠진 채 거기에서 생성된 직관적 표상들을 매개적 의심 없이 믿..
2023. 4. 30.